'제2의 렉라자' 탄생하려면 R&D 투자에 국가 지원 필요…"혁신 신약 가치 인정해야"

2025-03-21

'제2의 렉라자'가 나오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공률이 10%에 불과한 신약개발 특성상 혁신 신약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을 통해 제약사가 R&D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1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를 주제로 1차 혁신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수립한 '제약바이오비전 2030'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전략과 과제를 모색하려는 취지로 열렸다. 포럼은 총 3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관순 협회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장은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R&D 투자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신약개발 혁신적 도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기조강연에서 "미국·유럽 등이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중국도 한국을 추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신약개발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의 짧은 신약개발 역사 동안 적지 않은 신약 허가가 나온 건 분명한 성과"라면서 "2030년까지 현재 10%대 초반인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1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1위 R&D 투자 기업의 투자액이 14조 원이라면 국내 1위 기업은 여전히 4000억 대에 불과하다”며 R&D 투자의 양적 격차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R&D 투자의 생산성도 강조했다. 신약 R&D 비용은 2014년 14억 달러에서 2020년 25억 달러로 약 78% 증가했고, 신약의 기대 수익도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R&D 비용 집행이 강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R&D 투자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약 허가를 받고도 이익을 못 내는 신약이 허다하다"며 "신약개발 초기단계부터 상업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매년 5~60개의 신약이 허가받지만 이 중 20%인 10개만 R&D 비용을 회수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내에서 현재 연 1조원 이상 매출을 낼 수 있는 블록버스터 후보 의약품은 렉라자 등 15종으로 파악한다"며 "R&D 투자와 생산성을 늘린다면 연간 1~2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희 AI 신약융합연구원 부원장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표 부원장은 ‘AI로 신약개발의 판도를 바꿔라 : 경쟁력 강화의 핵심’을 주제로 진행한 발표에서 "알파폴드3 등 현재 AI는 신약개발의 도구로써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미국 AI 신약개발 기업인 인실리코메디슨이 4년 사이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10개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생성형 AI가 있다"고 분석했다.

표 부원장은 재정과 인력이 제한적인 국내 상황에서 AI를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해외 빅파마에서는 신약개발·데이터 생산·IT 플랫폼 제공 등 AI 신약개발을 위한 각 영역 간 협업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아직 분절적이다"며 "딥시크 등 가성비 높은 AI 모델 활용하거나 소형 AI 모델을 협동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업계의 현실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영주 종근당(185750) 사장은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보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R&D 투자 규모 증가가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제약사가 R&D 규모를 15% 까지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김 사장은 "일본에 다국적 제약사가 많은 이유는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신약에 혁신 가치를 부여하는 실질적인 성과 보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혁신 신약에 유사한 의약품이 없다고 판단하면 '원가 산정 방식'을 채택해 산업평균 이익률의 50~110%까지 가산 적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성과보상이 가능하도록 소요된 R&D 비용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는 '연구개발비용가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미 유한양행(000100) 부사장도 정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한 제약사가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바이오 벤처-제약사-글로벌제약사 간 밸류 체인이 성공하려면 약가 정책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연홍 회장은 “이번 포럼은 제약바이오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 자리”라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선도국으로 도약하고, 지속적인 제약바이오산업 성장과 발전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