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감 앞두고 최태원·정몽규 등 증인 채택 움직임...카카오·영풍·고려아연·쿠팡 등 기업인 '좌불안석'

2024-09-23

- 최태원 노소영, '노태우 비자금' 관련 증인 신청 잇따라

- 정몽규, 홍명보 감독 선임 등 대한축구협회 난맥상 따져

- 플랫폼 규제 관련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소환 가능성

-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관련 MBK 김병주 회장 증인 소환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22대 정기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월 예고된 가운데 '노태우 비자금'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 다수의 기업인이 국감에 소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중대재해법' 위반 등 사건사고가 많았던 기업은 물론 공정위 및 노동부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기업의 총수가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24일 정재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여여 정쟁의 커지면서 기업인들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출석을 고려 중이다.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데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등 그간 축구협회의 난맥상을 짚어본다는 것.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이야기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다음달 10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판에서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해 세금 누락 혐의를 따져 묻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박홍근 신영대 임광현 최기상 의원실 등이 최태원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신청 이유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 세금 누락 혐의 관련 질의' '법인세 감세 및 재벌의 상속 관련' 등을 제시했다. 또 임광현 진성준 의원실 등은 노소영 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904억 김옥순 메모 등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관련' 등이 이유였다.

노소영 관장은 이혼재판 과정에서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과거 SK그룹 성장에 이바지했다며 김옥숙 여사가 '선경(현재 SK) 300억' 등이라고 쓴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메모는 노소영 관장이 1조3000억 원대 재산분할 판결을 받아내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하지만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탈세를 재수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다만 여당인 국민의힘 기재위원들은 기업인 소환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위원장이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기 때문에 증인 채택엔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요하다.

또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가 여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감 증인 신청 명단에 김병주 회장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주 회장에 대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와 국민연금의 PEF 위탁운용사 선정 관련 문제를 따져묻겠다는 것.

MBK파트너스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국감장에 소환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 인수 후 가맹점에 원부자재 납품 폭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2022년에는 BHC 최대주주인 윤종하 부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지난해에는 MBK파트너스 창립멤버 중 한명인 부재훈 부회장이 BHC 가맹점에 대한 갑질 문제 등으로 국감 증인으로 섰다.

그리고 4대 그룹 총수의 국감 증인 신청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매년 4대 그룹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등을 증인 신청 여부를 논의해왔다.

농어촌상생협력 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협정으로 혜택을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농어촌지역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아울러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산업 관련 기업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추진 등 지배적 플랫폼을 대상으로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지배적 플랫폼 산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과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조항 등 규제가 과도하다는 점을 들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또는 최수연 대표, 카카오는 정신아 신임 대표 등이 소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도 플랫폼법과 관련해 소환될 가능성이 나온다. 앞서 쿠팡은 PB(자체브랜드)상품 우대로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상품 후기를 작성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로부터 16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김범석 의장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플랫폼법과 관련해 배달의민족(베민)·쿠팡이츠(쿠팡)·요기요 대표이사들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 이들은 배달앱 관련 수수료와 관련해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올해 일어난 사건사고를 비롯 중대재해법 위반 관련 책임 추궁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명 사고를 낸 영풍그룹과 한화오션, 아리셀 등의 기업 대표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국감장에 출석할 전망이다.

영풍그룹은 지난해 12월 석포제련소에서 탱크모터 교체작업 중 노동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냉각탑 청소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 8월에는 열사병으로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말 대구지방법원은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영민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배상윤 소장은 화학물질관리법 위반혐의를 받는다.

한화오션도 올해 1월 가스폭발로 협력업체 지원이 사망하고 며칠 뒤 잠수부 1명이 작업 중 익사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지난 9일에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1명이 거제사업장 내 플로팅 도크(부유식 작업장)에서 용접 작업 도중 32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올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4건이나 된다.

쿠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8월 쿠팡 시흥2 캠프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포장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심정지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5월과 7월에는 쿠팡 로켓배송을 위해 새벽에 일하던 택배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유위니아그룹 박영우 회장도 국감 출석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박영유 회장이 최근 구속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다른 최고 경영진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박영우 회장은 노동자 738명에게 임금·퇴직금 등 398억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돼 수원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구속된 이후로 지난달 공판에서도 변제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는 등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다.

에너지기업들도 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이 나온다.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 발굴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두고 올해 국감에서 여야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포스코인터내셔널, SK E&S, GS에너지 등 민간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사업성을 따져 물을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할 전망이 나온다. 여야 의원 모두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원인과 사고 수습 및 보상 방안, 재발 방치 대책 등에 대해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두산그룹 오너 또는 경영진을 증인으로 소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안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한다는 논란 때문. 이로 인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이 잇따라 발의까지 됐다.

다만 국회가 총수들을 불러 '망신주기 호통 국감'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국감 증인으로 오르내리는 기업 입장에선 좌불안석일 수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무리한 기업인 소환은 자제하는 분위기인 만큼 최종 증인 채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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