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첫 확장현실(XR) 헤드셋 '무한(無限·Moohan)'이 내달 베일을 벗는다. 그간 스마트폰과 폴더블을 중심으로 구성된 갤럭시 생태계는 무한 출시를 기점으로 XR·AI·콘텐츠 플랫폼으로 넓어질 예정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내달 21일(한국시간 22일) 온라인 방식으로 무한을 공개한다. 이날 제품 사양과 기능을 처음 공개한 뒤 곧바로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
당초 삼성전자는 이달 29일 제품을 먼저 공개한 뒤 10월 판매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내부 마케팅 전략 조율과 완성도 점검 등을 이유로 일정을 재조정했다. 무한 판매는 삼성닷컴 등 공식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뤄진다. 출하 물량은 10만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초기 수요를 확인한 뒤 물량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함께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트리폴드폰 '갤럭시G폴드(가칭)'는 별도 행사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르면 내달 말 또는 11월이 유력하다. 또 구글과 협력 중인 XR 글라스 '해안(HAEAN)'은 내년 초 윤곽을 드러낸다.
무한 출고가는 애플 '비전 프로'(499만원)보다는 낮고, 메타 '퀘스트3'(약 69만원)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업계는 무한 가격을 200만원 후반대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XR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애플 대비 접근 장벽을 낮추는 전략적 가격 정책을 준비 중이다.
시력 보정이 필요한 사용자를 위한 교정 렌즈는 별도 판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애플 '비전 프로'가 안경 착용 상태나 하드렌즈 착용 상태로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설계한 것과 같다. 비전프로는 독일 자이스(Zeiss)와 협력해 별도 렌즈를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국내 안경업체와 함께 교정 렌즈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착용 편의성과 콘텐츠 활용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무한을 개발했다. 애플 비전 프로가 무거운 무게와 콘텐츠 부족으로 초기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구글과 협력해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적용, 음성·시선·제스처·상황 인식 등 복합 입력 방식을 지원한다. 특히 기존 안드로이드 앱과의 광범위한 호환성은 물론 삼성전자와 구글이 제공하는 네이티브 앱과 서비스도 XR 환경에서 연동된다. 이와 함께 오픈XR, 유니티(Unity) 등과의 협업을 통해 게임, 영상, 생산성, 교육 등 범용 앱의 XR 탑재도 확대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사양도 프리미엄급이다.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마이크로 OLED 패널을 적용해 약 3800ppi 수준의 초고해상도를 구현했다. 이는 애플 비전 프로(3391ppi)를 웃도는 수치다. 구동 칩셋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2세대를 넣었다. 16GB 램을 장착해 고성능 XR 콘텐츠 구동과 앱 실행도 무리 없다.
업계는 삼성전자 무한 출시 이후 XR 시장이 크게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35년 XR 기기 연간 판매량이 6150만대, 2045년에는 2억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혼합현실(MR) 글라스 상용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2년 이후부터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XR 시장은 메타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타는 올해 1분기 기준 약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