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금속 덩어리’ 곧 지구에 떨어진다…위치는 오리무중

2025-05-03

델프트공대 연구진, ‘코스모스 482’ 추적

도착지 금성이었지만 고장 나 지구궤도 방치

높은 온도 이겨내도록 티타늄 등으로 제작

지구 재진입 뒤에도 동체 남아 낙하할 가능성

한국 영향 조짐 나타나면 대응 조치 계획

구소련이 발사한 우주 탐사선이 이르면 오는 7일 지구로 추락한다. 금성에 가려고 우주로 떠났지만, 발사 당시 기술 문제로 지난 53년간 지구 궤도를 떠돌던 일종의 우주 쓰레기다.

우주 과학계는 이 탐사선이 금성의 높은 온도와 기압을 버틸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구 추락 과정에서 대기권과의 마찰열을 버텨내고 0.5t짜리 동체가 온전히 남아 지구 표면을 강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정확한 추락 지점조차 파악할 수 없어 이번주 내내 우주 과학계와 각국 정부의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위성 전문가인 마르코 랭브룩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SNS를 통해 “구소련이 발사했던 우주 탐사선 ‘코스모스 482’가 오는 10일 오후 3시1분을 전후해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진입 시점은 ‘2.8일’ 범위에서 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산하면 이르면 오는 7일 오후 7시49분에 코스모스 482가 지구에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각종 관측 장비를 이용한 궤적 추적 결과와 최신 소프트웨어를 조합해 내놓은 결과다.

코스모스 482는 1972년 3월31일 구소련이 발사했다. 본래 도착지는 금성이었다. 하지만 지구를 떠나던 도중 우주에서 엔진이 조기에 멈추면서 지구 중력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때부터 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고도는 160㎞, 멀 때에는 376㎞다.

세월이 흐르면서 코스모스 482 동체 대부분은 우주로 떨어져 나갔고, 금성 표면에 내리도록 만들어진 착륙선만 남았다. 중량 0.5t, 폭 1m짜리 원통 형태다.

사실 이 정도 중량과 크기의 일반적인 위성은 지구로 재진입할 때 동체 대부분이 타서 없어진다. 대기와 마찰하며 생기는 열 때문이다.

코스모스 482는 다르다. 지구 대기권을 뚫고 지표면에 닿을 때까지 동체 상당 부분이 그대로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혹독한 환경의 금성에 착륙하는 임무를 감안해 티타늄 합금 등 내구성 높은 소재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금성 대기압은 무려 95기압에 이른다. 지구에서라면 심해에 해당하는 수심 940m까지 내려가야 나타나는 압력이다. 표면 온도는 460도다. 납도 녹일 정도로 뜨겁다. 여기에 하늘에는 황산으로 이뤄진 두꺼운 구름까지 떠 있다.

이런 환경을 이길 정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구 재진입 도중 일시적으로 1000도 넘게 올라가는 대기와의 마찰열을 버텨내고 동체 많은 부분이 남아 지구 표면과 충돌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랭브룩 교수는 “대기권을 통과한 뒤 지구 표면에 충돌할 때 속도는 시속 242㎞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코스모스 482가 어디에 추락할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랭브룩 교수는 “북위 52도와 남위 52도 사이에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반구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이 포함된다. 남반구에서는 칠레가 들어간다. 추락 예상 범위가 너무 넓다. 현재로서는 각국 정부가 국민에게 ‘외부 활동 주의’ 같은 사전 경고 조치를 선뜻 내리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코스모스 482가 어디에 떨어질지는 추락 당일에서야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이기는 하지만 주거지 낙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코스모스 482 동향은 세계 각국과 함께 한국도 살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자체 보유한 광학 장비와 미국 우주군에서 협조받는 레이더 관측 자료를 통합해 코스모스 482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코스모스 482가 한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생기면 필요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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