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허위 임차권 신고, 대항력 없더라도 경매방해죄 해당"

2025-01-30

"다른 참가자 의사결정에만 영향 줘도 공정 해할 수 있어"

원심 "허위 임차권, 대항력 없다면 경매방해 인정 못 해"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한 경매 참가자의 허위 임차권 신고 행위가 부동산 경매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더라도, 경매에 참가하려는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경매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경매방해, 사기미수,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빌라를 매수했다가 2016년 사해행위취소 판결의 확정으로 소유권을 상실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해당 빌라의 강제경매 절차에서 B씨가 대항력이 있는 주택임차인인 것처럼 허위로 전세임대차계약서를 체결한 뒤 전세보증금 상당의 배당금을 받기로 모의했다.

A씨는 B씨에게 허위 전세임대차계약서를 첨부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지시했고 B씨는 이를 이행했다. 결과적으로 A씨와 B씨는 공모를 통해 법원을 속인 뒤 총 1억2000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교부받으려 했으나 이후 경매가 취하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1심은 "A씨는 B씨 등과 공모해 이 사건 강제경매에 허위의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을 기망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 및 위계로 강제경매의 공정을 방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두 사람의 경매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A씨의 허위 임차권 신고로 인해 경매의 공정이 방해됐다거나 A씨에게 경매방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경매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한 1심 형량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허위의 임차권을 신고하는 경우는 대항력이 존재해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임이 증명되는 경우에 한해 경매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B씨가 신고한 임차권이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에서 대항력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임차권이 허위라는 사정만으로 경매방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매방해죄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결과의 불공정이 나타나는 것을 요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경매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란 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 방법 자체를 해하는 행위를 포함한다"며 "법률적으로 경매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뿐 아니라 경매에 참가하려는 자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도 '경매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 사건 부동산의 경매 절차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허위의 임차권을 신고하는 행위가 경매에 참가하려는 자들의 의사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쳤는지를 충실히 심리해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할 염려가 있는 상태가 발생했는지'를 따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원심은 이러한 제반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권리의무관계나 임차권의 대항력 유무와 같은 객관적 법률평가에만 터 잡아, 피고인들이 신고한 임차권은 대항력이 없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경매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ong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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