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해 88개 재벌·대기업의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12.8%로 파악됐다. 1년 전보다 0.6%포인트 또 증가했다. 내부거래는 같은 기업집단 내 회사끼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행위다. 일감 밀어주기 등을 통해 시장의 공정 경쟁을 해치고 총수의 사익편취 통로로 악용되기 십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2164조2000억원)은 1년 전보다 87조2000억원 줄었는데 국내 내부거래 금액은 277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2조8000억원 늘었다.
특기할 사실은 총수 지분이 많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는 점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인 반면, 지분율 100%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6%로 배 이상 높았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9%로 전년 대비 3.2%포인트 늘었다. 이런 내부거래의 89.6%는 경쟁이나 공개 입찰 없이 진행한 수의계약이었다. 내부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경영권 세습 등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감시와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집권 첫해인 2022년에도 상위 10대 재벌의 내부거래 금액이 전년 대비 40조원 증가했다. 주지하듯 윤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을 해외순방 때마다 동행케 하고 각종 국내 행사에도 ‘병풍’처럼 들러리로 세웠는데, 그런 와중에 대기업들의 내부거래는 공적 통제 밖에서 확대일로인 셈이다.
총수의 이익을 중시하는 내부거래는 ‘주주 우선’이라는 기업 경영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중소기업은 영업 기회를 원천적으로 제약받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증시 밸류 업’에도 역행한다. 재벌은 ‘경영효율을 위한 계열사 간 협력’이라고 주장하지만, 핑계인 경우도 많다. 최근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의 내부거래를 방치하면서 양극화 해소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정위는 재벌의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