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칼럼] 오순문 서귀포시장의 ‘망치’ (취임 100일 즈음한 단상)

2024-10-23

최종 편집일 23rd 10월, 2024, 1:51 오후

서귀포시 선거구 후보자 토론회에서 3선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제주경찰청장을 지낸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를 상대로 지역 현안에 대해 이해도가 낮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앞서 고 후보가 생방송 TV토론에서 ‘제주감귤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80%'라는 실언으로 인해 지역 현안에 무지하다고 도마 위에 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두 번의 국회의원과 두 번의 도의원을 지내 이미 잔뼈가 굵은 위 후보와 경찰 경력이 유일한 고 후보의 토론회는 사실 싱거웠다. 설욕의 기회를 엿보던 고 후보는 다음의 질문을 던진다.

“위 후보는 서귀포시 관내에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가 몇 개인지 아십니까?”

자신의 전문성을 어필하고 싶어 즉흥적으로 나온 고 후보의 이 질문은 결정타를 때리기는 커녕, 방송을 청취하고 있던 모두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고 나아가 질문자를 우습게 만드는 역효과까지 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후보 TV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잊고 있던 이 장면이 오순문 서귀포시장을 보며 다시 떠올랐다. 고기철 후보의 모습과 오순문 시장의 모습이 겹쳤기 때문이다. 교육 관료를 지내 해당 분야는 정통하지만 일반 행정 분야의 경험이 없는 그를 두고 지역 정치권과 도민 사회의 우려가 이어졌다.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교육행정과 일반 행정 분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취임하게 되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그는 장담했다.

우려 속에 오 시장이 얼마전 취임 100일을 맞았다. 역대 행정시장들은 취임 100일이 되면 시정 운영 목표를 구체화하는 각론과 추진 계획, 자신이 그동안 진단한 시정의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구체화한다. 취임식 당시 오 시장이 제시한 ‘교육과 문화 도시 서귀포시’라는 비전에 대한 해답도 이 자리를 통해 들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이를 건너 뛰었다. 문의해보니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사실 교육과 문화 외에도 오 시장은 답을 해야 할 사안이 많다. 행정과 경제, 1차 산업, 복지, 환경 등등에 걸쳐 수두룩 빽빽하다.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혹시 내부 플랜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문의했다. ‘별다른 계획이 없는데요’라는 메아리만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빼고는 오 시장의 생각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교육’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빛은 유독 빛났다. 

“제가 교육부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습니다. 교육 만큼은 제가 꽉 잡고 챙기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서귀포시장은 교육 말고도 챙겨야 할 현안이 많다. 이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데다, 고용의 질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1차 산업 현장은 아우성이다. 시내 중심가로는 이미 빈점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이들 분야에 대한 고민이나 대책이 없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선의로 생각해 보면 취임 100일 메시지 발표나 기자회견을 요식행위라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2년 임기의 행정시장에게 있어 100일이라는 시점은 비전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향후 2년을 예비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과의 약속을 구체화하고 그 무거움을 대내외에 확인받는 시간이라 나름 해석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시정 최고 책임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지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고, 시장은 이에 답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인사권자는 그에 조직과 예산,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망치를 들면 모든게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일단은 오순문 시장이 ‘교육’이라는 망치를 내려 놓길 바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