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연세에···직접 쳤다는 말 안 믿었다”
워드 프로그램 뭘 썼냐는 국회 측 질문에
김용현 “LG 건데” 엉뚱한 답변 하기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근인 군 관계자가 “김 전 장관이 직접 워드를 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네 번째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받은 문건을 자신이 직접 워드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진술은 이러한 김 전 장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 측근인 군 관계자 A씨는 최근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김 전 장관이 집무실에서 단 한 번도 워드를 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러한 이유로 김 전 장관이 계엄 해제 이후 자신에게 ‘포고령을 내가 작성했다’고 말했으나 “속으로 믿지 않았다. 그 연세에 김 전 장관이 직접 워드를 쳤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씨 진술은 김 전 장관의 주장과 배치된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네 번째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포고령 1호와 계엄 상황에서의 각 장관 등의 임무가 적힌 문건을 자신이 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위헌·위법성이 큰 포고령과 ‘임무 문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해 탄핵을 모면하려는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려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것으로 보인다. ‘비상입법기구’ 등이 적힌 문건을 받은 최 대행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각자 다른 내용의 문건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을 직접 관사에서 워드로 작성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최 부총리에게 전달했다는 문건을 직접 증인이 타이핑도 쳤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장관은 이어진 국회 측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국회 측이 ‘워드 프로그램은 뭘 썼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LG 건데”라고 했다. 국회 측이 다시 ‘노트북을 묻는 게 아니고, 한글 (프로그램) 이런 거를 띄워놓고 했을 거 아니냐’고 묻자 “제가 기고, 방송활동 많이 할 때 쓰던 게 있다”고 했고, ‘(워드) 프로그램 이름이 뭐냐’고 묻자 “그건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과 정치권에선 김 전 장관이 직접 컴퓨터로 포고령을 작성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사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장군이 돼서는 더더욱 타이프 칠 시간은 없다”며 “저도 타이프 좀 쳤는데, (비상입법기구 문건처럼) 저렇게 정렬하고 자간 거리를 못 맞춘다”고 말했다. 검찰은 제3자가 포고령과 ‘임무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