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안 들어가는 분야가 없겠다”고 농담 삼아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AI가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궁금한 게 있으면 AI 챗봇에게 물어보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먼저 조언을 건네는 등 선제적 행동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우리 일상에서 AI를 접하는 가장 간편한 수단은 스마트폰이다. 챗GPT, 제미나이, 코파일럿 등 대부분의 AI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 형태로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AI 서비스와 달리, 스마트폰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AI 기능도 적지 않다.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나 운영체제(OS) 개발사가 만들어 선탑재하는 경우다.
하지만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어떤 AI가 있는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모른다면 기껏 탑재한 기능이 빛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주목하고 활용해 볼만한 AI 기능을 선별해 봤다.
구글 안드로이드

구글은 자체 개발한 경량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통합했다. 앱 사용 패턴, 위치, 시간 등의 정보를 토대로 사용자 환경에 개인화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악성 앱을 미리 탐지하는 등 보안 측면에서도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추세다.
최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주목할 만한 AI 기반 기능으로는 ‘서클 투 서치’, ‘도난 감지’, ‘스팸 메시지 감지’가 있다.
서클 투 서치는 화면에 보이는 내용을 토대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기능이다. 홈 버튼을 길게 누르면 선택 모드가 활성화되는데, 이 상태에서 화면 속 개체를 터치하거나 주변에 동그라미를 그려 강조하면 해당 내용을 인식해 정보를 검색한다.
도난 감지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도둑맞았을 때 AI가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기기를 잠그는 기능이다. 제삼자가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잡아채 도망가거나, 자전거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등 기기를 빼앗긴 상황이 감지되면 화면이 즉시 잠긴다.
여기에서 AI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 센서를 통해 사용자와 기기의 상황을 인지한다. 갑자기 빠르게 이동하거나 방향이 바뀌고 충격이 발생하는 등 기기를 빼앗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움직임을 감지한다.
스팸 메시지 감지는 기존에도 지원했던 기능이지만,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스팸도 감지하도록 개선했다.
스팸 메시지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어, 문구, 문장 구조, 특수문자 사용 패턴 등을 학습한 자연어 처리 AI 모델을 활용했다. 또한 단일 메시지뿐만 아니라 전체 대화 내용을 분석해 맥락을 파악한다. 그 결과 상대방이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사기 행위를 시도한다고 판단되면 스마트폰에 경고성 알림을 띄워 피해를 예방한다.
삼성 원 UI(OneUI)

원 UI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자사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의 기기에 최적화한 사용자 환경(UX)이다. 따라서 구글이 만든 AI 기반 기능을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은 이와 별개로 자체 개발한 AI 기능을 여럿 탑재했다. 글쓰기 어시스트, 그리기 어시스트, 포토 어시스트 등 직관적인 명칭을 적용, 사용자가 기능을 쉽게 인지하고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활용도가 높은 AI 기능으로는 ‘브라우징 어시스트’, ‘포토 어시스트’, ‘설정 내 AI 검색’이 있다.
브라우징 어시스트는 웹페이지 내용을 번역, 요약하고 주요 내용을 읽어주는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이가 긴 글의 핵심 내용만 읽고 싶을 때나 해외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을 때 유용하다.
포토 어시스트는 사진 편집에 AI를 활용하는 기능이다. 사진 속 개체를 옮기거나 지우는 일은 물론이고, 사진에 드리운 스마트폰 그림자나 유리창에 반사된 빛을 지우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AI가 사진을 분석해 어떤 편집 기능이 필요한지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설정 내 AI 검색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설정 앱에서 바꾸고자 하는 항목을 자연어로 설명해 찾는 기능이다. 기존에는 항목 이름이나 기능과 일치하는 키워드를 입력할 필요가 있었다. 정확한 명칭을 모르면 원하는 항목을 찾기 어려웠다. 지금은 자연어를 이해하는 AI 덕분에 “배터리를 절약하려면?”처럼 자연스럽게 질문해도 관련 설정을 찾아준다. 스마트폰 설정에 취약한 사용자도 헤매지 않을 수 있다.
샤오미 하이퍼OS

하이퍼OS는 샤오미가 안드로이드를 자사 기기에 최적화한 운영체제다. 구글 제미나이 기반 AI 기능을 기본으로 지원하는 한편,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AI 기술 모음 ‘하이퍼AI’를 추가로 탑재했다.
하이퍼AI에서 주목할 만한 기능으로는 ‘이미지 향상’, ‘매직 스카이’, ‘소리 인식’이 있다.
이미지 향상은 사진의 디테일, 질감, 초점 등을 AI가 분석해 개선하는 기능으로, 화질이 낮거나 노이즈가 심한 사진을 보기 좋게 보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매직 스카이는 풍경 사진에서 하늘 부분을 감지해 분위기나 종류가 다른 하늘 배경으로 대체하는 기능이다. 이 과정에서 AI는 사진의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를 분석하고, 대체할 하늘 이미지가 어색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보정하고 합성한다.
소리 인식은 사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AI가 분석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아기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물 끓는 소리, 초인종, 경적, 알람 등을 감지·분류하고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설정하기에 따라서는 샤오미 생태계에 연결된 다른 기기와 연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초인종이 울리면 스마트 도어락의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바깥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애플 iOS

애플은 자체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자사 기기에 탑재했다. 아이폰에는 iOS 18 버전 운영체제를 통해 처음 도입했다.
초기에는 글쓰기 도구, 이미지 생성, 사진 속 개체 지우기 등 기본적인 생성형 AI 기반 기능을 중점적으로 제공했다. 구글, 샤오미 등 다른 회사가 AI로 기기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배터리 사용량을 제어하는 등 시스템 수준에서의 활용도를 늘려나간 점과 대비된다.
애플은 지난달 발표한 차기 운영체제 iOS 26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AI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현재 개발자 베타가 진행 중인 iOS 26에서는 ‘비주얼 인텔리전스’와 ‘콜 스크리닝’ 기능에 주목할 만하다.
비주얼 인텔리전스는 아이폰 화면에 보이는 콘텐츠를 AI가 분석, 사용자가 요청한 작업을 수행한다. iOS 18에 처음 도입했으나, 당시에는 구글의 서클 투 서치처럼 화면이나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개체와 관련된 정보를 찾는 수준에 그쳤다.
iOS 26으로 업데이트하면 비주얼 인텔리전스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다양해진다. 대표적으로 행사 자동 감지 기능이 있다. 스크린샷을 찍었을 때 화면에 날짜, 시간, 장소를 비롯해 어떤 행사의 일정과 관련된 정보가 인식되면 AI가 이를 감지해 캘린더 앱에 일정을 등록할지 물어본다. 등록할 경우 인식한 정보를 토대로 세부 정보를 자동으로 입력한다.
이외에도 iOS 26의 비주얼 인텔리전스에는 레시피 사진을 보고 재료를 구매할지 제안하는 등 화면 속 콘텐츠를 이해하고 관련 작업을 제안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콜 스크리닝(Call Screening)은 iOS 26에 추가된 AI 기반 기능으로, 스팸 전화나 보이스피싱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모르는 번호나 스팸으로 의심되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기능이 활성화된다.
AI가 사용자 대신 전화를 받고 상대방의 이름과 전화 목적을 물어본다. 상대방이 말한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화면에 띄우고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용자는 해당 내용을 보고 전화를 받거나, 끊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라고 AI에게 요청할 수 있다.
ARS(자동 응답 시스템)로 발신한 전화나 보이스피싱의 경우 콜 스크리닝의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거나 전화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
일련의 과정에서 AI는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통화 내용을 통해 스팸 전화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요소가 있는지 감지한다. 또한 상대방이 말한 내용의 문맥을 이해해 전화 의도를 파악하고, 음성과 텍스트를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