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 내가 만약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땡큐지만, 그곳이 다시 전북이라면 그건 쪼까 생각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몇 년 전 도내 언론사 간부 후배와 저녁자리에서 들은 신세타령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한덕수 전 총리께서도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했다가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라며 비빔밥의 고장답게 고향까지 비볐을까? 온고을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전북은 오랜 세월 민주당 일당 독주의 구조 안에서 희생을 감내해 왔다. 묻지마 민주당 지지의 결과가 무엇이냐? 중앙정치에서 늘 소외당했고 수도권 중심의 국책사업에서 전북은 매번 뒷순위로 밀려났으며 그 결과는 지역경제의 침체, 청년 인구의 유출로 이어졌다."
무엇하나 버릴 게 없는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백 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라 해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그 말이 폐부 깊숙이 박히는가 하면, 콧방귀와 함께 마이동풍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이 던진 일갈이었지만, 도민들은 또다시 이어진 몰표로 답을 대신했다. 그동안 보여줬던 변화무쌍했던 조배숙 의원의 행보가 과연 도민을 위한 것인지, 번쩍이는 금배지 때문인지는 조용히 자문해 보시길 바란다.
각설하고, 낙후 전북의 발전을 위한 해법에 골몰하던 필자에게 이번 대선이 안겨 준, 기대할 만한 해법이 찾아들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도민들에게 먼저 꺼내 든 ‘3중 차별’이란 단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아무리 고깝더라도 조배숙 의원의 앞선 지적에 마땅한 답을 내놓을 전북 출신 국회의원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싶다. 잼버리 폭망으로 애먼 새만금 예산이 80%가 잘려나갔을 때도 지역 국회의원 누구 하나 죽기를 각오하고 “이럴 순 없다”며 용산으로 뛰쳐나가 경호원 멱살이라도 움켜잡고 울부짖은 사람이 있던가? 고향을 서울과 전주로 비벼가며 밉상짓만 골라서 했다손 치더라도 당시 국무총리 자리에는 전주 태생의 한덕수가 있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총리 공관을 찾아가 죽기보다 싫지만, 전북 발전을 위해 예산 살려달라고 무릎이라도 꿇겠다며 찾아 간 이가 있었던가? 고작해야 삭발하고 만만한 여의도에서 집회를 연 것이 고작이다. 그렇다. 이렇듯 ‘양반 도시’ 전북엔 점잔과 거드름, 허세만 있었을 뿐, ‘죽기 살기’와 ‘기필코’라는 절실함이 빠져 있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의 이영표는 이런 말을 했다. “국가 대표는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라 입증하는 자리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 역시 국가대표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전북 발전을 위해 뛰어들어 국가대표가 되었으면 이제 그 가치를 입증하시라. 비록 흥행했다지만, 이번 대선은 ‘윤석열 특수’가 자리해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닐터. 이제라도 민주당 선량(選良)들께선 도민들의 귓전에 조배숙 의원이 던진 돌직구가 귓전에 맴돌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누군들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느냐, 하지만 현실의 벽이 가로막고 있으니 낸들 어쩌라고?”라고 핑계를 댈 심산이라면 과감히 내려오시라. 그 자리 대신하겠다는 사람, 차고도 넘친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께도 당부드린다. 본인이 작사(?)하신 ‘3중 차별’이란 단어에 책임을 지시라. 전북 도민들이 느껴왔을 차별과 소외감을 충분히 파악하셨으니 이제 어떤 해법으로 이를 치유할지 이재명 특유의 ‘사이다 솔루션’을 제시하시기 바란다. 언제까지 전북 도민들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하며 전국 꼴찌, 낙후 전북 운운하는 타령을 읊어대야 한단 말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보석으로 존중받기를 원치도 않으며 돌로 무시받기도 원치 않는다” 노자의 말이다.
/ 이균형 전북CBS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균형 대표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