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무적태풍부대' 28사단 해체…역사속으로

2025-12-02

20년 끌어온 '국방개혁 2020'… 지휘구조 가벼워졌지만 임무는 그대로​

9년 새 입영자 12만명 '증발'… 사단 10개가 사라진 수준의 병력 절벽​

스마트·무인 전력은 구호만 무성… 전장에 안 내려온 '스마트 군대'​

"50만 대군" 전제 버려야… 임무 재설계·예비전력 강화·동맹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경기도 동두천에 사령부를 두고 중서부 전선을 맡아온 육군 제28보병사단(무적태풍부대)이 해체되면서, 20년 넘게 이어진 '국방개혁 2020–국방개혁 2.0' 체계 개편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28사단은 별도의 해체식 없이 지난 11월 28일 상급부대인 제5군단에 부대기를 반납하며 공식 임무를 종료했다.​ 사단급 부대 해체로는 27사단 이후 3년 만이며, 군단급 이상으로 보면 8군단 해체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의 중대 조직 개편이다.​

이번 해체는 지난 8월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이후 본격화됐고, 9월 임무 해제 뒤 28사 인력과 장비는 인근 5사단·25사단으로 단계적으로 재편·흡수됐다.​ 앞서 상급부대였던 6군단이 5군단으로 통합되고, 28사단 신병교육대와 예하 여단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조직 단위는 이미 대폭 축소된 상태였다.​

28사단 해체는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국방개혁 2020'에서 시작된 대규모 병력·지휘구조 개편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을 거쳐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국방개혁 2020은 상비병력 68만 명을 2020년까지 약 50만 명 수준으로 줄이고, 지휘구조를 '2개 작전사령부·6개 군단·24개 사단' 체제로 단순화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00년대 후반 제2야전군사령부가 제2작전사령부로 바뀌고, 작전사령부와 사단 사이의 중간 계선이던 9·11군단이 해체되는 등 상부 지휘부 축소가 먼저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시기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에 따라 제1·3야전군 통합이 지연됐고, 실제 통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9년에야 지상작전사령부 창설로 완결됐다.​

이후 육군 2·20·23·26·30·61·65사단이 줄줄이 해체되거나 여단급으로 축소됐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27사단과 함께 6·8군단이 각각 5·3군단에 통합되는 등 '군단·사단 슬림화'가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에서 28사단까지 사라지면서, 현재 지상군 구조는 지상작전사령부·제2작전사령부, 수도군단을 포함한 6개 군단, 제2신속대응사단을 포함한 17개 사단 체제로 재편됐다.​

문제는 상부 구조와 간판만 줄였을 뿐, 핵심 임무와 전선의 길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병력 기반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붕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현역입영 대상자는 2016년 45만 5551명에서 2024년 32만 8508명 수준으로 줄어 9년 새 12만 명 이상 감소했으며, 이는 10개 사단급 병역자원이 통째로 사라진 것과 맞먹는 규모다.​

병역 총자원(징집 가능한 남성 인구)도 같은 기간 142만여 명에서 92만여 명대로 50만 명 이상 줄며 35% 넘게 축소돼, 연평균 6만 명 이상씩 '모수' 자체가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대 후반에는 현역입영 대상 인원이 2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처럼 신병·간부 모두에서 '인력 절벽'이 현실화됐는데도, GOP·GP 경계와 대북 억제, 후방 기동·예비 작전 등 임무 포트폴리오는 크게 줄지 않아 일선 부대의 작전·경계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현역과 예비전력 모두에서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사람은 줄고 임무는 그대로인 구조가 계속되면, 평시에도 '상시 과로 운용'을 전제로 한 군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방개혁 2020은 '병력 감축–전력 첨단화–지휘구조 간소화'를 한 패키지로 설계했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병력 감축과 부대 통·폐합이 먼저 진행되고, 전력 현대화·운영 방식 개혁은 예산·기술·조직 저항으로 뒤로 밀린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부족을 무인화·스마트화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 여러 정부에 걸쳐 제시됐지만, 자폭 드론·중대급 무인체계 등 핵심 분야에서 아직 실전 배치·운용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양에서 질로 전환'이라는 구호와 달리, 실제 전장 환경—북한 장사정포·방사포, 특수전·무인기, 서해·후방 침투 위협—에 맞춘 임무 재설계·전력 구조 개편이 충분히 병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휘구조는 줄었지만, 각급 부대의 임무·책임 범위는 오히려 넓어져 중간 지휘계선 축소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지휘 효율 향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현장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상비병력 50만 명 목표는 법·계획상 '미래 예측치'로 설정됐지만, 청년 인구 감소 속도가 당시 가정보다 훨씬 가팔라지면서 이미 목표 자체가 의미를 잃었고, 이에 맞춘 전면적인 전력·전략 재설계가 늦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병력 수 유지에 매달리면서 의무복무 기간·동원 체계·동맹 분담 구조를 포괄적으로 재설계하지 못해, '병력은 모자라고 구조는 낡은 이중의 공백 상태'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부분적 통·폐합이 아니라, '50만 대군' 전제를 접고 인구·예산·기술 현실에 맞는 전면적인 국방 재설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는 병력 중심의 경계·작전 임무를 재조정해 비전투·행정 분야의 과감한 민간위탁·자동화, 동원·예비전력의 질적 강화, 한미 연합 분담 구조 재조정 등을 통해 상비병력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동시에, 무인기·자율주행 지상체계·원격감시장비 등 인력 대체 기술을 '시범사업' 수준에 그치지 않고 GOP·후방 경계선에 실제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실질적 투자와 규정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병역자원 절벽과 일하는 문화 개선을 더 이상 부수 과제가 아니라 국방개혁의 1순위 과제로 올려놓지 않으면, 28사단 해체 이후에도 같은 문제는 다른 간판을 달고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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