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록 향하는 美셧다운 "민주주의 지표 모두 퇴행"

2025-11-02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한 달을 넘기면서 각종 공공 서비스들이 마비되고 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여부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번 셧다운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의 35일을 넘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32일을 맞으며 사회·경제적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셧다운 시작 이후 연방공무원 210만 명 중 75만 명 이상이 무급 휴직 처리됐다. 저소득층 42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 지원도 중단됐다. 최근 연방법원에서 SNAP 중단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 가능성 등으로 보조금 지급 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셧다운은 미국 경제에 최소 180억 달러(약 25조 7500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

극심한 폐해에도 셧다운이 끝나지 않는 것은 올 10월 1일 시작된 2026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에 의회가 합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공공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 보조금의 연장 여부다. 공화당은 예산 규모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임시예산안을 처리해 일단 정부 운영을 정상화한 뒤 쟁점 현안을 협상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에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치적 타협 대신 힘에 의한 논리와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미국 민주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우리는 민주주의를 잃어가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향하는 나라들은 12가지의 비슷한 패턴을 보이며 미국이 그 전철을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12가지 패턴에는 ‘정치적 반대자 박해’ ‘입법부 무력화’ ‘허위 명분으로 국가비상사태 선포’ 등이 꼽혔다.

한편 4일로 다가온 지방선거로 정치 지형이 달라질 경우 셧다운 해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욕 시장을 비롯해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규모는 작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지역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유명 인사들은 격전지 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지원 등 선거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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