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로봇개랑 놀고 마스크봇과 대화하고…로봇·AI와 함께하는 삶 체험해봤죠

2024-09-22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은 더 편리해지고 윤택해졌습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직접 검색하는 대신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해 질문하고, 인공지능 스피커는 몇 초 만에 궁금증을 해결해주죠. 이처럼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을 보다 편하게 해주는 고마운 기술이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불법 이미지·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deepfake) 범죄 등이 이에 해당하죠. 이렇듯 인공지능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자아낼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천재 물리학자로 불린 스티븐 호킹 박사는 “100년 안에 인류는 인공지능에 종속되고 결국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고, 미래학자인 레즈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6~7월 765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AI의 안전, 신뢰 및 윤리’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AI 기술의 잠재적 이점이 위험보다 많다는 대답이 57%, 안전한 AI 발전을 위해 규제보다 혁신이 중요하다는 대답이 55%에 달했죠. 가장 기대되는 AI 기술의 잠재적 이점은 일상생활 편의성 향상(30.6%)과 업무추진의 효율성 증진(19.6%)이었죠. 물론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부 정책으로 AI법 제정 및 윤리 기준 마련을 선택한 사람도 34%에 달했죠.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고, 위협의 대상보다는 공존해야 할 삶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과 로봇·인공지능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문 연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Seoul Robot & AI Museum·서울RAIM)을 방문했습니다. 과학관에 들어서자 웰컴 로봇 ‘아이볼(AI-Ball)’이 눈을 깜빡이면서 박서후·서지안 학생기자를 반겼죠.

“위에 달린 로봇 ‘아이볼’은 여러분 움직임에 반응해요. 여러분 표정까지 분석해 평범·놀람·행복 등 7가지 감정으로 분류해 점수를 알려줘요”라고 이정배 해설사가 설명했죠. 지안 학생기자가 아이볼 존에 입장해 활짝 웃자 행복 지수가 높게 나왔어요. 아이볼과 마주한 서후 학생기자가 쑥스러워서 무표정을 짓자 평범 지수가 높게 나왔는데요. “웃어봐요”라는 이 해설사 말에 서후학생기자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자 행복 지수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났죠. 로봇·인공지능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 3층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돔 형태로 생긴 둥근 천장에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었어요. 과학관이 있는 서울 도봉구 풍경을 인공지능이 미디어아트로 변환한 작품입니다.

‘생각하는 로봇, 질문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로봇과 이를 체험할 수 있게 구성된 3층에 들어선 소중 학생기자단 눈에 들어온 건 사람과 비슷한 형체의 축구하는 로봇이었어요. “이 친구는 앨리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에요. 로봇들이 축구 시합을 하는 ‘로보컵’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했죠.” 앨리스가 골대에 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준 이 해설사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왜 휴머노이드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요?”라고 물었어요. 서후 학생기자가 “인간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거 같아요”라고 답하자 이 해설사는 “정답이에요. 그런데 왜 앨리스처럼 인간에 더 가까운 형태의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걸까요?”라고 다시 질문했죠. 지안 학생기자는 “사람이랑 비슷해야 덜 어색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라고 대답했어요. 이 해설사는 “인간 형태의 움직임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 모습과 더 비슷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많은 경쟁을 펼치고 있죠”라고 얘기했어요.

로봇·인공지능이 인간과 점점 닮아가는 등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간만이 가능한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창작에도 손을 뻗었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것과 같은 창의성 기반의 결과물을 내는 로봇·인공지능이 나타난 겁니다. 과학관에 전시된 ‘AI 페르소나’는 관람객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해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캐리커처를 완성해주죠. ‘AI 페르소나’가 그려준 자신의 캐리커처를 받은 서후·지안 학생기자에게 이 해설가가 물었어요. “그렇다면 이 캐리커처 저작권은 누구한테 있는 걸까요? 요즘 AI 등 기술을 작품에 활용한 작가들이 많아지는 추세인데, 이렇게 완성한 작품의 주인은 누구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는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아요. 인간의 창의성 기술, 노력의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고유한 창작물만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되죠. 로봇·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물 제작 시 이와 같은 윤리적·사회적 문제를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학관에는 ‘AI 페르소나’뿐만 아니라 싱잉볼을 연주하는 로봇도 마련돼 있어요. 이렇듯 인공지능의 창작기술이 보편화함에 따라 앞으로 세계 곳곳에서 저작권 관련 새로운 법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죠.

4층으로 올라가자 사람 얼굴을 닮은 커다란 메타 휴머노이드 마스크봇이 자리 잡고 있었죠. 이 로봇은 대화할 때마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여 마치 친구와 얘기하는 기분을 들게 해주는데요. 또 5개의 인격체가 탑재돼 여러 인물과 대화하는 거 같기도 하죠. 지안 학생기자가 “인공지능이랑 인간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라고 묻자 마스크봇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장점을 활용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라고 대답했죠. “코카콜라 레시피 알아?” 서후 학생기자의 재미있는 질문에 마스크봇은 “그건 굉장히 비밀스러운 레시피로 알려졌지만, 저는 모르겠네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죠. 마스크봇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기기를 ‘챗봇(Chatbot)’이라고 불러요. 이들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일상적인 언어를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문장을 생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이 해설사는 설명했죠. 마스크봇과 대화를 끝내자 ‘로봇개’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어요.

“로봇개는 뛰어난 안정성과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에서 감시 및 순찰을 하거나 응급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로봇개에 인공지능이나 열화상 카메라 등 다양한 센서를 탑재해 산업현장은 물론 택배, 폭발물 처리, 인명 구조, 시각장애인 안내 등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로봇개 컨트롤러를 조작해 움직여봤죠. 이외에도 물품 분류작업의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 절감 및 작업의 정확성과 속도를 높여주는 지능형 로봇인 분류 로봇과 AI 관제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관제 시스템을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쪽 벽면에 붙은 ‘로봇·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마주했죠.

매우 긍정부터 매우 부정까지 총 5가지 대답 중 의견을 고를 수 있는데요. 보통을 선택한 서후 학생기자는 “지금도 인공지능과 잘 지내고 있고 인공지능 덕에 편하게 생활하고 있으니까 행복할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어요. 반면 지안 학생기자는 부정을 택했죠.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공지능이 모든 걸 다 하면 사람들은 할 게 없어서 재미없지 않을까요?” 전시 관람을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은 백성지 주무관을 만나 앞으로 인간과 기술이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지안: 영화 ‘에프터 양’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가족처럼 지내는데, 실제로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요.

과학관에 있는 로봇개를 예로 들면 될 것 같네요. 로봇개는 사람이 학습시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걸 본 관람객은 마치 반려동물처럼 유대 관계와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한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이 로봇에 학습시킨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래밍이 된 행동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감정적 교류’라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향후 기술의 발전, 윤리적 논의에 따라 감정 교류가 가능해질 수도 있겠죠.

서후: 로봇·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아마존의 AI 채용 프로그램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남성 위주의 편향성을 가지게 됐죠. 그래서 ‘여성’ 키워드가 포함된 이력서는 배제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IT처럼 남성 종사자가 많은 분야에서 발생한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죠. 그래서 현재의 ‘약한 AI’ 대신 인간처럼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강한 AI’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답니다.

지안: 챗GPT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궁금해요.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그 과정에서 저작권의 문제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데 그런 결정을 위해서는 학생들이 챗GPT 답을 판별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길러야겠죠.

서후: 로봇·인공지능이 지속적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로봇·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을 논의하는 현재 이 시점에서는 로봇·인공지능을 다루는 올바른 역할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해요. 청소년들이 인공지능을 향해 던지는 이러한 질문들은 현재의 로봇 공학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해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동행취재=박서후(서울 일원초 5)·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 취재 후기

다양한 로봇들을 직접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취재는 마치 미래 세계에 온 것처럼 흥미진진했답니다. 1층 천장에 매달린 로봇 ‘아이볼’이 환영해 주었는데, 로봇의 눈이 되어주는 센서가 정말 신기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처럼, 로봇도 센서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어요. 또한 로봇개를 만나볼 수 있어서 신기했고, 로봇들이 펼치는 축구 경기도 정말 놀라웠죠.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뮬레이션 탑승 체험도 짜릿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로봇·인공지능 기술의 더 많은 발전이 예상되는 만큼 다가올 미래가 기대됩니다.

박서후(서울 일원초 5) 학생기자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로봇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죠. 여러 로봇 중 ‘로봇개’와 ‘AI 페르소나’가 제일 인상 깊었는데요. 저는 AI(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전하면 생길 여러 가지 장단점이 떠올랐어요. 장점은 우리 생활이 훨씬 편리해지는 것이고 단점은 우리 인간들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해서 실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많이 보급된다면 운전기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조금 슬펐죠. 이번 취재를 계기로 인간과 로봇이 같이 행복하게 공존하려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어요.

서지안(서울 잠일초 5) 학생기자

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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