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처리는 해주면서 병원은 연차 쓰고 가라?

2025-09-13

#. 직장인 A씨는 최근 국내 출장을 갔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입원할 정도로 다치지는 않았고 손가락과 손목 부위를 다쳐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산업재해 처리에 적극적이던 회사는 물리치료 등으로 진료 시간이 길어지자, '3시간을 넘어가면 연차를 쓰고 다녀오라'고 통보했다. A씨는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엄연한 산재인데 개인 휴가까지 쓰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 감축'을 강조하면서 일터에서의 안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산재라고 하면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 등 중대사고가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사망을 포함해 업무와 관련해 3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질병·장해를 입었다면 모두 산재다. 즉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병이 얻어 치료가 필요하다면 산재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산재 인정 범위가 늘어나면서 출퇴근 중 사고나 회식 중 사고, 출장 중 사고 등도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실이 꼭 제도와 함께 가지는 않는 법. 업무 중 다쳐도 눈치가 보여 알리지 못하거나, 절차가 번거로워 산재 처리를 포기하고 개인 연차를 쓰는 사례도 적지 않다.

A씨 사례로 돌아가면, 출장 중 발생한 사고로 3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산재 신청을 실제로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사 역시 A씨의 부상을 인지했다면 산재 신청 승인까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A씨가 일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다치지는 않아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면서 주기적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이를 이유로 A씨의 개인 연차 사용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산재 치료에 연차를 쓰라는 요구는 정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산재 치료 기간은 정상 출근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통원 치료는 물론 입원 치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근로자들이 산재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균임금의 최대 70%를 '휴업급여'로 지급하고 있다. A씨처럼 물리치료 등을 받기 위해 통원하는 경우에도 해당한다.

따라서 산재 치료에 연차휴가를 쓰도록 강제했다면 산재보상법상 '불이익 처우의 금지'에 해당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업무상 재해로 인해 치료 받는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해당 기간을 연차휴가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료를 받는 중 근로자가 여행이나 가족행사 등을 위해 스스로 연차를 청구하는 것은 어떨까? 연차 사용은 근로자 개인의 권리이므로 본인 의사에 따른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다만 연차는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는 휴업급여가 아닌 연차수당이 지급되므로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

노동부도 인터넷 상담에서 근로자가 연차사용을 원하는 경우와 관련해 "취업규칙 등의 내부규정에 따라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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