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C커머스 기업들이 홈플러스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조(兆) 단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국내 확장이 가능하지만, 외국 자본에 대한 정부 규제와 여론이 인수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삼일PwC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M&A 본입찰 준비에 돌입했다. 오는 9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0월 회생계획안 제출을 목표로 새 인수자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와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 등 중국계 C커머스 기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전략적 시너지를 앞세워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알리바바는 366조원의 자산과 29조원의 현금을, 핀둬둬는 102조원의 자산과 11조원의 현금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인수 가격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금력 면에서는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전략적 시너지도 주목된다.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법인을 통해 이미 국내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물류망을 강화하고 있다. 지마켓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핀둬둬 역시 2023년 테무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김포에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협력해 국내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이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전국 120여 개의 점포와 물류센터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강화할 수 있다. 오프라인 점포는 소비자 체험 공간, 반품 거점, 픽업 센터 등으로 활용 가능하며 배송망 효율성도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또한 물류 인프라에 대한 신규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멤버십 기반의 충성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국내 셀러 발굴과 유통 플랫폼 다각화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인수의 성사 여부는 정부 규제에 달려 있다. 외국 자본에 의한 대형 유통망 인수를 둘러싸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강한 입지를 가진 C커머스 기업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확보할 경우 유통 시장 내 지배력 확대 및 독과점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납품 단가 압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합산이 아니라 인수 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 여부, 신규 진입 장벽 형성, 기존 사업자의 시장 퇴출 유인, 거래 상대방에 대한 교섭력 우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초저가 전략과 가격 지배력을 감안할 때, 국내 납품업체들에 대한 단가 인하 압력이나 자사 브랜드 우선 입점 등은 규제의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은 산업주권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외국 자본의 대형 유통망 확보가 국내 중소 유통업체의 경쟁 기반을 약화시키는지,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명확한지를 면밀히 따져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기업 매각을 넘어, 유통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월 "홈플러스는 국내 유통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외국 자본에 대한 견제 의사를 드러냈다. 여권 내 민생입법기구인 을지로위원회 역시 홈플러스 인수를 당정대 민생협의체 안건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역시 "또다시 사모펀드나 외국계에 매각돼선 안 된다"며 폐점 없는 정상화와 고용 보장, 유통업 본업 유지가 가능한 인수자 선정을 촉구하고 있다. 입점 업체와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함께 고려한 '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나 테무는 자금력과 활용 전략 측면에서 인수에 적합한 후보"라면서도 "공정위의 심사와 정치권의 여론이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간 매각을 넘어, 산업구조 재편과 산업주권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공정위는 물론, 정치권과 국민 여론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