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엔 이미 중국에 감자걀쭉병이 만연했고, 국내 유입은 시간문제라 판단했습니다. 2002년 공직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감자걀쭉병 진단법 개발을 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최근 강원 평창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만난 이영규 연구관은 감자걀쭉병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22년간 농진청에서 근무하며 감자걀쭉병을 박멸함으로써 연간 29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막아 감자산업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대학교에서 식물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연구관은 고령지농업시험장(고령지농업연구소의 전신)에서 감자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했다.
감자걀쭉병은 감자가 길쭉해지는 병으로, 걸리면 생산량이 25∼40% 감소한다. 잎끼리 스치기만 해도 옮는 강한 전염성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선 ‘금지 병해충’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엔 2008년 첫 발생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연구관이 2006년 이 병의 진단법을 개발한 덕분이다. 그는 국내 최초 발생 사실을 확인한 직후 정부에 긴급 실태조사와 전국 일제 방제 필요성을 건의했고 현실화했다.
이후 5년간 전국 조사를 벌였고 우리나라는 2014년 1월 감자걀쭉병 박멸과 청정국 지위 회복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청정국으로 남아 있다.
그는 “만약 감자걀쭉병이 국내에 정착했다면 병 발생국인 중국의 감자 수입이 허용돼 국내 감자 생산기반도 위태로워졌을 것”이라며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관은 이밖에도 ▲감자 바이러스 치료용 항바이러스제 디하이드로아르테미시닌(DHA) 최초 개발 ▲반쪽시듦병 생물방제 실용화 기술 개발 등 국내 감자산업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이를 인정받아 10월 대산농촌재단이 수여하는 ‘제33회 대산농촌상’ 농업공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연구관은 올 9월 농진청이 고랭지배추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신설한 ‘고랭지배추연구실’을 이끌며 배추를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감자 반쪽시듦병 방제법을 바탕으로 배추에도 적용해 관련 피해를 막아보려고 한다”면서 “여름배추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평창=박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