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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으로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AI 디지털 교과서, 법률 AI 서비스 등의 도입이 정치권이나 특정 이익단체의 반대에 막혀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AI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단순한 재정적 지원을 넘어 갈등 조정자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기술 발전에도 실제 도입이 부진한 분야로는 교육, 법률, 의료 등이 꼽힌다.
AI 교과서는 당초 올해 1학기부터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AI 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강등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교과서 도입 시 소요되는 재정 부담과 학생 문해력 하락,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우려해 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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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과서 도입 규제에 직면한 에듀테크 업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교과서의 전면 도입 시기가 지연된 만큼 기존에 계획했던 후속 개발 일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체 학교 중 AI교과서를 선정한 비율이 32.3%로 집계됐다.
법률 분야에선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 대한변호사협회가 AI 상담 서비스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변협은 변호사가 아닌 AI가 변호사 업무로 이익을 얻어선 안 되며 지난해 11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출시한 AI 법률 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강경한 태도로 인해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은 소비자 대상 서비스가 아닌 변호사의 비서 역할을 하는 AI 서비스를 선보이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법률 소비자들이 AI 상담 서비스의 이점을 누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의료 AI 업계에선 AI 기본법으로 인해 중복 규제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법안은 생명이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고영향 AI’ 활용에 따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를 의무화했는데 의료 AI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기기법, 디지털의료제품법에 더해 더욱 규제가 늘어나 혁신적인 의료 AI 기술 개발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한국 특유의 포지티브 규제(법률상 허용한 것 외에는 모든 것을 금지) 시스템이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미국처럼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