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홍콩의 배리스터' 박완기 변호사

2025-03-03

가상화폐 사기 자산동결 신청 NFT 송달 활약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많이 가는 메인스트림보다는 외로워도 너만의 길을 찾아 해보라고 하셨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홍콩에서 12년째 법정변호사 즉, 배리스터(Barrister)로 활약하고 있는 박완기 홍콩변호사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 중에서도 남다른 경력으로 유명하다. 우선 전 세계에서 배리스터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가 몇 안 된다.

중학교 3학년 때 캐나다로 유학

중학교 3학년 때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난 박 변호사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로 유명한 미국의 보든 칼리지(Bowdoin College)를 졸업하고 영국의 LSE 석사를 거쳐 한국의 해군사관학교 정치학 교관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는 해사 교관 시절 4학년 생도들을 인솔해 8개월간 세계 주요 항구를 방문하는 순항훈련을 다녀온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장교로 전역 후 다시 홍콩중문대 로스쿨에 입학해 배리스터가 되려면 꼭 거쳐야 하는 한국의 사법연수원과 비슷한 PCLL(Postgraduate Certificate in Laws) 과정까지 4년을 더 공부해 2014년 6월 홍콩의 배리스터가 되었다.

국제중재 사건과 함께 홍콩 법원에서 진행되는 홍콩 소송, 자산 추적과 집행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그는 사실상 홍콩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계 배리스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해사 교관으로 재직하던 해군중위 2년차 때부터 구체적으로 변호사 진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분야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중재 변호사로 방향을 정했다. 캐나다를 거쳐 미국과 영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으니까 미국 로스쿨이나 영국 법대에 진학해 미국변호사 또는 영국변호사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홍콩을 선택하고 홍콩중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뉴욕주 변호사 등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워낙 많잖아요. 그리고 국제중재 실무에서 미국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아 일단 미국은 제쳐놓았어요. LSE에서 공부한 것을 살려 영국에 다시 가는 것도 생각해보았는데, 중재 허브가 런던, 파리에서 홍콩, 싱가포르로 넘어오고 있었어요. 아시아에 워낙 큰 딜들이 많으니까요. 아시아에 살면서 일을 하고 싶었던 저는 홍콩을 선택했죠. 전역 후 바로 결혼했는데 양가 부모님이 모두 한국에 계셔서 한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말자는 생각도 했고요."

배리스터가 되어 홍콩의 유명한 배리스터 법률사무소인 Liberty Chambers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나 한국의 자산가 등이 관련된 사건을 많이 수행하며, 홍콩 법원 사건 중에선 민사사건, 집행 관련 사건이 많다고 했다.

유명 화가 그림 '위작' 소송 대리

최근 홍콩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영국 딜러로부터 13억원에 구입한 한국 여성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며 홍콩 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이 박 변호사가 한국의 대형 로펌과 함께 진행 중인 대표적인 홍콩 법원 사건으로 소개된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그가 대리하고 있는 클라이언트가 홍콩 법인을 통해 이 그림을 구입해 홍콩 법원에 관할권이 있다.

이외에도 가상화폐 사기를 당한 회사를 대리해 가상화폐가 빠져나간 지갑 2개의 보유자를 상대로 자산동결 신청을 하고 관련 서류들을 NFT로 만들어 에어드롭(air drop)의 형식으로 해당 지갑에 성공적으로 송달해 자산동결을 추진하는 등 신기술의 가상화폐 분쟁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스로를 홍콩의 1세대 한국인 유학생이라고 부르는 박 변호사는 2017년 12월 비영리단체인 나눔포럼(Nanum Forum)을 만들어 홍콩에 취업하려고 하는 후배들을 상대로 영문 이력서도 봐주고 인터뷰 요령을 안내하는 등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해 홍콩의 배리스터로 성공한 박 변호사가 펼치는 공익활동의 한 단면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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