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미 연구개발(R&D) 조력자 수준을 넘어서 바이오 산업 현장을 변화시키는 혁신 엔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혁신에 먼저 나서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25 바이오미래포럼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렸다. 올해 11회차를 맞은 이번 포럼에서는 정부·산업·학계 관계자가 모여 AI와 바이오 융합을 통한 바이오 연구와 산업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실제로 AI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AI로 인한 산업 현장의 가속화 현상을 증언했다는 점이다.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 디지털, 인터넷, 모바일 이후로 사회를 바꿀 만한 큰 변화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혜성 같이 AI가 나타났다"면서 "이제 이 기술이 좀 유용한 단계를 넘어서 에이전트 시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나 소장은 노벨상을 받은 알파폴드2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의료·서비스 혁신 사례를 제시했다. AI가 인류의 생산성과 의료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알파폴드는 인간 연구자가 하면 수천년 걸릴 단백질 구조 데이터를 순식간에 만들어 낸 기술"이라며 "이미 알파폴드3 등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 합성까지 가속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나 소장은 "앞으로는 혈압이나 당뇨약도 획일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개인의 체질·체온·대사 특성에 맞춰 처방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며 정밀의료의 전환점을 예고했다.
AI의 의료 접목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나 소장은 "미국 병원에서는 환자 기록을 기반으로 복용 중인 약물과 식단을 AI가 자동으로 점검하고, 보험 심사나 의무기록 작성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또 "데이터 과잉으로 인한 진료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크리티컬 디시전 서포트' 기술이 도입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가 의료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현재 사내 병원인 헬스케어 연구소를 통해 AI 기반 진료 보조 기술을 실험 중이다. 이외에 현재 클로바노트 음성 기술을 활용해 진료 녹취를 자동화하고, 병원 예약·수납·본인인증까지 네이버페이와 연동한 디지털 병원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나 소장은 "아주 고도화한 상태는 아니지만, AI가 환자의 방문 이력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예상 진단명'과 '처방전'을 미리 제시하도록 만들었다"며 "의료진의 대화 품질과 효율이 모두 개선됐다"고 전했다.

김우연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 겸 히츠(HITS) 대표는 "AI는 연구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면서 "2018년 국내에서 'AI 신약개발 심포지엄'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개념적 수준이었지만, 7년 만에 AI가 실질적으로 R&D 현장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공동 창업한 '하이퍼랩(HyperLab)'의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하이퍼 스크리닝 X' 기술을 소개하며 "기존에는 수백만~수억 개 화합물을 탐색하던 수준이었지만, 하이퍼 스크리닝 X는 11조 개의 화합물을 48시간 내 분석할 수 있다"며 "이는 기존 방식 대비 약 1만 배 빠른 탐색 속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연세대 한정민 교수팀은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11개의 신규 물질을 설계했고, 스위스 심플캠과의 협업에서 82%의 합성 성공률, 55%의 유효물질 발굴률을 기록했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AI 없이는 글로벌 바이오 제조 경쟁력 유지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준영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 합성 바이오 담당은 그린바이오(미생물·발효 기반 소재, 농업·식품 분야) 산업의 관점에서 AI와 자동화 문제를 논했다.
정준영 담당은 "제조는 앞단도 중요하지만 뒷단까지 제조 경쟁력이 생기려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중국 같은 나라를 이길 수 없다"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등 한정된 자원에서는 인적 자원에만 의존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대체 또는 보완 솔루션이 AI와 자동화다"라고 했다.
그는 "CJ제일제당의 주력은 레드바이오(의약)보다 그린바이오에 있다"며 "발효 기술은 더 이상 식품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플라스틱·연료·단백질 등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부터 AI와 자동화 기반의 바이오 파운드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 담당은 "과거엔 미생물 균주를 사람이 직접 2주 동안 배양했지만, 지금은 로봇이 자동으로 생성하고 AI가 가장 효율적인 균주를 선택한다"며 "연구원 한 명이 30~40개 만드는 동안 기계가 한 달이면 1만 개 만들 수 있어 과거와 비교가 안 되는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CJ제일제당 측은 AI를 활용해 실제로 수백억원대 원가 절감 효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투입과 산출이 정해진 화학공정과 달리 바이오 공정은 살아 있는 미생물이 반응하는 '비선형 시스템'인 만큼, AI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적용을 통한 단위 공정별 최적화로 매년 제조원가를 1~2%씩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박테리아 유전자 3000개 중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건 50~100개 수준이었지만, AI 베이스로 새로 답이 나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탄생한 균주 2종이 올해 실제 생산 공정에 적용돼 미국·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약 400~500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AI가 만든 결과물의 저작권(IP) 주체를 누구로 볼지, AI와 인간의 성과를 어떻게 구분할지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AI의 투명성, 편향, 윤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빠르게 AI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연 교수는 "AI와 바이오가 주요 키워드인데, 이런 큰 변화는 파도 타는 것과 비슷해서 뒤에 타는 건 의미가 없다"며 "파도가 오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큰 파도의 힘을 타고 가게 되는 건데, 이제 대한민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부장은 "바이오는 AI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AI와 휴먼 인텔리전스가 공존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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