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종교계 인사들과의 잇따른 만남을 통해 ‘조용한 내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15일 경북 경주에 위치한 불국사를 찾아 총무국장 정수 스님 등을 예방했다. 이날 불국사에서 열린 교구본사 주지회의에 인사차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인 지난 대선 당시에도 불국사를 방문했던 김 씨는 이날도 스님들과의 친근감을 드러냈다. 김 씨가 “남편은 제가 사찰에 놀러 가는 줄 안다. 맛있는 거 많이 주시고 잘해주셔서”라고 하자 스님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라”고 화답했다.
김 씨는 지난달 이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전국의 유명 사찰과 성당·교회 등을 돌며 물밑 지원을 하고 있다. 경남 통도사와 부산 범어사, 서울 진관사 등 사찰은 물론 서울 명동성당과 천주교 대전교구청 등도 잇따라 찾았다. 김 씨는 이달 12일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행사에도 참석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와 처음 마주치기도 했다. 김 씨 일정에는 캠프 배우자 비서실장과 수행실장을 각각 맡고 있는 정을호·백승아 민주당 의원만 동행해 최소한의 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거의 매일 전국의 종교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정치적 행보로 비칠 수 있어 모든 일정은 비공개”라고 전했다.
김 씨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 후보와 동행하지 않은 채 전국 각지의 불교·기독교·천주교 인사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지역을 순회하는 이 후보를 대신해 종교계 표심 잡기에 주력한 바 있다. 김 씨는 기독교 신자이지만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故) 자승 스님으로부터 법명 ‘천수안’을 받는 등 불교계와의 인연을 지속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공개된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정치인을 남편으로 둔 탓에 아내는 궂은일을 도맡았고, 겪지 않아도 될 고초를 겪었다”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씨는 숙명여대 음대를 졸업한 뒤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던 이 후보를 처음 만났다. 이 후보가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김 씨에게 소년공 때부터 10년간 써온 일기장을 주며 청혼하자 그 당당함에 끌렸다고 한다. 이후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는 동안 정치적 동반자로서 남편을 뒷받침했다. 결혼 전 가사 경험이 적었던 김 씨가 2018년 출간한 ‘밥을 지어요’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