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쿠키 준대요” 급식실 파업에 도시락 싼 부모들… 유치원 급식실도 중단 [지금 교실은]

2025-11-20

20일 서울과 세종 등 5개 시·도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적지 않은 학교의 급식실과 돌봄교실이 운영을 축소하거나 문을 닫았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들은 대체식을 지급했지만, 일부는 식단이 부실해 학부모들은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 준비에 나섰다. 돌봄교실도 문을 닫는 학교에선 자녀를 일찍 하교시키기 위해 학부모가 반차를 낸 경우도 많았다.

◆서울 등 5곳 급식·돌봄 노동자 파업 돌입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 서울·인천·강원·세종·충북 지역 조합원들은 학교를 떠나 국회 앞에서 진행된 파업대회에 참여했다. 학비연대는 급식·돌봄 노동자 등 학교 비정규직 10만명이 소속된 조직으로, 교육 당국과의 집단임금교섭 합의에 실패하자 이날부터 4일간 릴레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17개 시·도에서 하루씩 진행된다. 21일에는 광주·전남·전북·제주가 참여하며, 다음 달에는 4일 경기·대전·충남, 5일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에서 파업이 예정돼있다.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관내 유·초·중·고 152곳 중 55.9%(85곳)가 급식을 제공하지 못했다. 서울에서도 유·초·중·고(1389곳)의 12.4%(173곳)가 급식실 운영을 중단했다.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학교별로 대체식을 제공하도록 했으나 변질 우려가 적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품 위주다 보니 일부 학교는 간식 수준으로 지급돼 학부모의 불만도 컸다. 따로 도시락을 준비한 이들도 많았다. 세종의 한 중학교 학부모는 “점심으로 쿠키와 에너지바 등이 나온다는데, 수업이 오후 늦게 끝나고 한창 잘 먹는 아이라 배고플 것 같아 도시락을 싸줬다”며 “샌드위치 정도만 줘도 괜찮을 텐데 부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점심은 간단한 빵인데 학교 끝나고 돌봄교실도 안 해서 돌봄교실 간식도 없다”며 “학교 끝난 뒤 혼자 도서관에 있다가 학원에 가야 하는데 중간에 아이가 뭘 사 먹을 수도 없어서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학부모는 “2시에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점심에 카스텔라랑 주스만 먹어서 배가 많이 고팠다고 했다”며 “김밥을 주니 허겁지겁 먹어서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에서 저녁 급식까지 하는 고등학교나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온종일 간단한 빵 종류 등으로 식사를 해야 했고, 일부 유치원에서도 점심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한 유치원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침에 출근해야 하다 보니 도시락 싸 보내기도 쉽지 않고 유치원도 어수선한 것 같아 그냥 친정 부모님께 집에 와달라고 하고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는 글을 남겼다. 세종의 유치원 2곳은 오전 수업만 하고 원아들을 귀가시키기도 했다.

◆돌봄교실도 중단…“신학기 파업도 고려”

일부 학교는 돌봄교실 운영도 중단했다. 세종에선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55개교 중 19개교(34.5%)가 돌봄교실을 축소하거나 운영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쯤 세종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 등이 평소보다 많은 모습이었다. 한 1학년 학부모는 “원래 돌봄교실에 있다가 방과후수업에 가는데 돌봄교실이 닫아 공백이 생겨서 반차를 쓰고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학비연대는 최저임금 이상 기본급 보장, 방학 중 무임금 구조 개선, 정규직과의 근속 임금 차별 해소 등을 촉구했다.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대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7000명이 모여 ‘차별을 끝내자’, ‘집단임금교섭 승리’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저임금 차별 철폐하자”, “국회는 교육공무직 법제화하고 학교급식법 개정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학비연대는 27일쯤 교육 당국과 추가 교섭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타결 시 12월 파업은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학비연대는 “총파업 후에도 타결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내년 신학기 총파업 등 보다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중학교 학부모는 “거의 매년 파업이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파업을 할까란 생각이 들지만 수차례 반복되다 보니 답답한 것도 사실”이라며 “교육부나 교육청이 파업까지 이르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노조 분들도 한발 양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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