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도로 위에선 어땠을까, 미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옛 자동차

2024-09-29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이 현재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는 레트로 현상은 패션·인테리어·대중음악·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어요. 교통수단인 자동차도 예전 디자인을 더욱 예쁘다고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 중고차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내려가죠. 하지만 세월과 함께 가치가 더해진 일부 차들은 희소성을 인정받으며 출시 당시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됩니다. 미술작품처럼 아름다운 자동차는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도 충분하죠. 클래식카는 말 그대로 고전적인 자동차 중에서도 역사적 의미와 영향력, 상징성 등에서 가치가 높은 경우를 이르는 말로 각 국가의 경제적·사회적 상황과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는 클래식카 단체의 시각, 자동차 연령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조금씩 그 범위가 달라집니다.

국내에도 세계 유명 클래식카를 만나볼 수 있는 장소들이 있는데요.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국내 최초 복합 자동차 문화 테마파크 인제스피디움은 서킷과 숙박은 물론, 클래식카 박물관도 갖췄죠. 2017년 12월 개관한 박물관은 약 300평 규모의 전시공간에 34대의 클래식카가 전시되어 있어요. 특히 ‘해리포터’ ‘미드나잇 인 파리’ ‘라라랜드’ ‘킹스맨’ ‘로마의 휴일’ ‘나쁜 녀석들’ ‘러시: 더 라이벌’ 등 영화 속 장면들로 구성된 7개의 공간에서 영화 배경 음악을 들으며 다양하게 전시된 클래식카와 함께 즐겁고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승우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 관장은 “인제스피디움은 자동차 관련된 모든 것을 하자는 모토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제공하는데, 오래된 차량에 대한 산업 유산도 보호해야 되지 않겠냐는 취지로 박물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죠.

박물관에 들어서면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플랫폼을 테마로 꾸민 공간이 눈에 띄죠.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거쳐야 했던 플랫폼 ‘9와 4분의 3 승강장’을 재현한 포토존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옆에는 ‘딱정벌레차’로 불리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뉴비틀이 있죠. 폭스바겐 비틀의 후속 모델로 비틀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변형하고 최신 기술을 결합해 1994년 디트로이트 자동차쇼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1998년 출시된 차예요.

노란색·빨간색의 2인승 자동차도 눈에 띄는데요. 이 관장이 박물관에서 어린이·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고 소개한 초소형차 BMW 이세타예요. 좌우를 다 살펴봐도 출입문이 없는데 차 정면에 냉장고처럼 앞 유리와 보닛으로 연결된 문을 당겨 여닫는 게 특징이죠. 2인승이라고 하지만 나란히 앉으면 어깨가 닿을 만큼 비좁죠. 다양한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BMW는 이탈리아 가전업체인 ISO가 냉장고를 콘셉트카로 만든 초소형차의 판권을 사 1955년 이세타250을 만들고, 1957년 이세타300을 출시합니다. 이세타는 BMW의 재기에 큰 역할을 하죠.

‘나쁜 녀석들’의 장면 속 같은 거친 차고 느낌의 주유소와 올드한 차량정비소, ‘러시: 더 라이벌’ 영화 주제인 1976년 그랑프리 대회를 콘셉트로 한 공간도 이색적입니다. 자동차 경주장 피니시 라인에 전시한 ‘로터스 에보라’ 스포츠카를 배경으로, 또 옆에 마련된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하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라라랜드’의 주인공인 미아와 세바스찬이 데이트한 리알토 극장, ‘킹스맨’에서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언이 나온 영국 블랙프린스 펍과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광장을 묘사한 공간에는 각각 어울리는 가지각색의 클래식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1934년산 시트로엥의 트락시옹 아방은 모노코크(별도 프레임을 쓰지 않은 일체 구조) 차체와 양산형 전륜구동을 최초로 적용한 차량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양산차로 꼽히죠. ‘사운드 오브 뮤직’을 포함한 1300여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170시리즈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어요. 1931년에서 1955년까지 총 6종류 20만 대가 판매되었으며, 당시로써는 매우 진보된 차량이었죠. 로비에선 대한민국 최초 경차 대우의 티코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시된 차 근처 바닥에는 설명 패널이 붙어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사람 허리 높이에 패널이 있는 것과 차별화되죠. “바닥에 있는 설명 패널을 먼저 읽어보고 차량을 보면 이해가 잘될 거예요. 우리 박물관이 벤치마킹한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히스토리 게러지도 설명 패널이 바닥에 있죠.” 다이캐스트, 일명 미니카도 3단 장에 전시되어 있는데 키가 작은 어린이들을 위해 반사경처럼 위에 거울을 달아서 높은 선반에 있는 것도 잘 볼 수 있게 했어요. “차 주변에도 차단봉으로 접근 금지하지도 않았어요. 다양한 클래식카를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며 체험할 수 있죠.”

영화의 주요 장면과 자동차 경주장, 거울의 방 등 여러 가지 테마로 구성된 공간에 전시된 클래식카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기념사진을 남기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죠. 눈이 즐겁고, 레트로 감성으로 추억과 향수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가족 관람객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한은정·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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