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고(故) 이건희 회장이 남긴 미술 유산이 삼성의 문화 외교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과 협력해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한국 미술 특별전을 열고, 해당 컬렉션을 미국에서 처음 공개했다. 단순 후원을 넘어 전시 파트너로 참여한 삼성전자는 전통 예술을 매개로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확장하는 행보에 나섰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과 협력해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한국 미술 특별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보를 포함한 2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1500년에 걸친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조명한다. 이건희 컬렉션이 미국에서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작품 상당수는 이건희 회장이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것이다. 해당 컬렉션은 지난 2021년 2만3000여 점이 국가에 기증되며 한국 미술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의 수집으로 축적된 문화 자산이 공공 영역으로 이전된 뒤, 다시 글로벌 문화 무대에 오르게 된 사례다.
이번 전시는 삼성의 역할 변화를 보여준다. 삼성은 단순한 기증자나 후원자를 넘어 전시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국 전통 예술을 미국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전시 기획과 운영을 지원하며, 예술과 기술의 연결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제시했다.
정윤 삼성전자 북미총괄 부사장은 "K팝과 K드라마로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전통 예술로 확장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미"라며 "이건희 컬렉션의 미국 공개는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국경을 초월한 문화 교류를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예술과 기술을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도자기를 빚는 장인의 호기심과 혁신적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상상력은 동일한 창의성에서 출발한다는 인식이다. 더 프레임 TV와 삼성 아트 스토어로 생활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확장했고, 갤럭시 폴더블을 통해 모바일 사용 경험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 후원 역시 기술 혁신이 제품에만 머물지 않고 문화 전반으로 확장된다는 삼성의 철학을 보여준다. 예술 경험이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제품과 서비스 혁신으로 연결된다는 관점이다.
삼성의 스미소니언 협력은 미국 전역에서 이어져 온 문화·교육·지역사회 지원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은 약 50년간 미국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왔다.
삼성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교육과 창작 환경을 넓히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 솔브 포 투모로우(Solve for Tomorrow)'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반 교육을 중심으로 62만 명 이상의 학생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했으며, 교실 환경과 교육 자원에 29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 삼성은 기술 발전과 함께 문화적 이해가 병행될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은 문화 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공연과 기술,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통 예술과 현대 기술의 접점을 넓혀 과거와 현재, 다음 세대를 잇는 문화적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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