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부른 머스크의 입, 하늘 주도권 야욕이 화근 [김기혁의 테슬라월드]

2025-03-15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테슬라 관련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모건스탠리 소속 애덤 조너스가 이달 11일(현지시간) 투자자 2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나 머스크 CEO의 정치활동이 테슬라의 사업 펀더멘탈에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인력 해고 등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이끌고 각종 정치적 사안에 대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중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고 미 경제방송 CNBC는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선 테슬라를 겨냥한 불매운동과 차량 방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에 무슨 짓을 하면 지옥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진화에 나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나머지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500달러 가까이 치솟다가 현재 200달러대로 절반이나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마이웨이’는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죠.

머스크, 트럼프 행정부 전부터 FAA와 갈등

특히 머스크는 연방항공청(FAA)을 두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본보기를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의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항공 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 수습 직원 수백 명이 해고된 것이죠.

머스크가 왜 FAA를 정조준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FAA의 역할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하늘을 관장하는 FAA는 항공기의 안전 규제는 물론 민간 우주 산업을 규제 및 진흥하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상업적 우주 발사 시설에 대한 면허를 발급하고 발사체에 대한 규정도 정합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국토교통부 내 항공 담당 업무와 우주항공청의 일부 업무를 같이 맡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와 FAA 간 갈등이 비롯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갈등의 출발은 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0년 12월 당시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 프로토타입 SN8을 발사했는데 FAA는 우주선이 폭발하면 빠른 풍속 때문에 충격파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기상 조건이 시험을 안전하게 진행할만하다는 자료를 작성했고 발사를 예정대로 진행했습니다. SN8은 6분 42초간 비행하며 최고 높이에 도달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착륙 과정에서 결국 폭발했죠. 이에 대해 FAA 측은 머스크의 이러한 행동은 “고강도 안전을 중시하는 문화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트럼프 당선 이후 FAA 수장 사임

FAA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스페이스X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 9월 허가 및 안전 규정 위반으로 63만3000달러(약 9억 원)의 벌금을 내라고 하자 머스크는 FAA가 규제 권한을 초과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했습니다. FAA는 발사체(로켓) 발사에 따른 야생동물 및 해양 생태계 영향을 조사한다며 텍사스주에 위치한 스페이스X 발사기지 운영을 몇 달 간 정지시킨 적도 있습니다. 이에 머스크는 마이크 휘터커 전임 청장에 대한 사임을 촉구했고 이후 머스크 지지를 등에 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휘터커 전 청장은 사임했습니다.

최근 머스크는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항공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지난달 29일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충돌해 총 67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FAA의 항공관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죠. 머스크는 지난달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며칠 전만 해도 FAA의 주요 항공기 안전 통지 시스템이 몇 시간 동안 고장 났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DOGE 팀은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에 대한 신속한 안전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올렸습니다.

고속 철도 없는 美, 항공 산업 영향력 막강…머스크發 개혁 미지수

화성 이주를 목표로 내건 머스크의 입장에선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FAA의 각종 조처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수 년 간 머스크와 FAA 간 갈등은 하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대한 싸움으로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엑스를 통해 수많은 정치적 발언을 쏟아낸 머스크에 대해 대중은 피로도를 느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주 탐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싶다는 다급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에 계속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FAA의 권한이 쉽게 약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FAA는 거의 1세기 동안 축적된 법률을 통해 국가의 하늘을 누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종 권한을 부여받았다”며 “2009년 이후로 미 항공사의 치명적인 추락 사고가 없었고 미 항공 시스템이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등 FAA는 일반적으로 의회의 존경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고속철도가 없는 미국에선 장거리 이동 시 항공기를 타고 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만큼 항공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는 만큼 FAA의 개혁은 머스크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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