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업계 부진이 4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대했던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무비자 허용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반등 모멘텀이 요연한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9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할 위기에 놓였다.
27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8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같은 기간 면세 구매객수는 254만명으로 0.9%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외국인 매출이 감소한 탓이 컸다. 지난달 외국인 매출은 751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5% 줄었다. 객단가가 높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휴식기에 돌입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 고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0.9% 감소해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기대했던 유커 무비자 허용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부족한 항공편, 더딘 여행상품 개발 등으로 인해 즉각적인 효과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진단된다. 중추절 연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반사 이익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같은 추세를 고려했을 때 올해 면세점 매출은 지난 201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면세점 누적 매출은 10조417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8% 줄었다.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2023년보다도 7.8%가 낮은 수치다. 올해 면세 산업 부진이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보복 여파가 있었던 9년 전 수준까지 도달한 셈이다.
최근 업황 악화로 남은 4분기 실적 반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달러당 1400원대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그나마 실적을 지탱하던 내국인 관광객 매출도 감소할 위기이기 때문이다. 각 사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송객수수료를 줄이고 다이궁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만큼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진한 업황 속에서 실시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재입찰에도 시선이 쏠린다. 국내 면세점 빅4(롯데·신라·신세계·현대) 모두 외형보다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엔데믹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2년 전과 달리 이번 재입찰은 다소 보수적인 관점에서 참여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등 외국계 면세점의 참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10월 매출 부진은 명절 연휴 기간 다이궁 매출이 빠진 영향이 커보인다”며 “유커 무비자 입국 허용 효과는 여행 상품 개발 등을 고려했을 때 빨라도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