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고갈 위기인데…투석 사무장병원, 5년간 1623억 축냈다

2025-10-10

엄연히 불법인 사무장병원에서 최근 5년간 투석진료로만 1600억 원이 넘는 건강보험재정이 누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투석 관련 사무장병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2025년 투석 관련 의료기관 9곳이 사무장병원 개설 및 운영 혐의로 수사, 재판 중이거나 처벌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 대해 건보공단이 결정한 요양급여비 환수대상액은 약 1623억 원에 달했다.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명의만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곳을 사무장병원이라고 한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투석 관련 사무장병원 사건 9건 중 7건은 현재 수사 및 재판 중이고, 나머지 2건은 유죄가 확정됐다. 건보의 환수대상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에 한 의료법인이 운영한 3곳의 의료기관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며 총 1147억 원의 환수결정이 내려졌다. 이후에도 2023년 19억 원, 2024년 160억 원, 2025년 294억원 등으로 투석 관련 사무장병원의 불법 행태는 증가하는 추세다.

비의료인인 A씨는 2005년 1월 B의료법인 의료재단을 설립하고 재단 명의로 서울과 부산에 각각 의원급 의료기관 2곳과 요양병원 1곳을 개설, 운영했다. 마찬가지로 비의료인인 C씨, D씨와 동업 약정을 맺어 병의원 운영 자금을 조달했으며, 또 그들의 가족을 재단의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를 받거나 재단 법인 카드를 교부받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나눴다. 비의료인이 비영리법인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한 것이다.

의사와 비의료인이 결탁해 불법으로 건보 재정을 축낸 사례도 있다. 광주에서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 E씨는 2016년 12월께 건강 문제 등으로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워지자 행정실장으로 일하던 비의료인 F씨에게 의료기관을 양도했다. 자신의 계좌를 F에게 넘겨주고 병원 자금, 직원 관리, 환자 유치 등 병원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하는 대신 본인은 진료를 담당하는 명분으로 월 1200만 원의 급여를 타갔다. 법원은 이들 사건에 대해 각각 2020년과 2024년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을 확정 판결했다.

의료계 안팎에선 투석 진료를 내세운 사무장병원이 건보 재정을 잠식하는 새로운 유형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오직 영리만을 목적으로 과잉·불법 진료를 일삼으며 건보 재정을 좀먹는 부범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 14년간 사무장병원이 타간 부당이득 환수 결정액은 무려 3조4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특별사법경찰권이 없어 불법 의료기관을 직접 수사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적발에서부터 수사, 환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유사 사건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양상이다.

과거 의료계의 반대 등에 부딪혀 번번이 좌초됐던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는 현 정부 들어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주요 업무보고를 통해 특사경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행정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 들어서는 여야 국회의원 79명이 공동으로 특사경 도입 법안을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김윤 의원실은 최근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 개설 및 운영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열린의료재단 관계자를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한 상태다.

김 의원은 “요양급여비 부당 수령에 대한 적발과 환수 조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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