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마라톤과 사이클링을 즐기며 주짓수 챔피언 출신인 영국의 한 40대 남성이 조깅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 병원의 초기 진단 실패가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과 더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허드슨(42)은 지난 3월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 허더스필드의 한 저수지에서 달리기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전직 주짓수 챔피언이자 평소 운동을 즐기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주변에 큰 충격을 안겼다.
문제는 사망 몇 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드슨은 심한 가슴 통증을 느껴 웨스트미들랜드주 뉴크로스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식후 발생한 통증이라는 점을 들어 단순 소화불량으로 진단하고 별다른 검사 없이 귀가 조치했다. 최근 브래드퍼드에서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당시 병원 측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NHS 지침은 흉통 환자에게 심장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트로포닌(심근 단백질) 혈액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웨스트요크셔 부검 담당관인 캐롤라인 챈들러는 "표준 지침과 달리 심장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트로포닌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해당 검사를 통해 심장 이상을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허드슨의 모친 데브라는 "아들은 평생 건강했고 주변에서 가장 튼튼한 사람으로 통했다"며 "병원의 부실한 대응이 아들을 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 추가 언급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심혈관질환은 영국 전체 사망 원인의 약 2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흉통 등 초기 증상 발생 시 즉각적인 의료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국내에서도 심근경색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12만2200여명이던 환자 수가 지난해 14만3300여명으로 5년간 약 17% 늘었다. 대한심장학회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30%가 초기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친다고 분석했다.
심근경색의 대표적 전조 증상은 2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 통증이다. 환자들은 대개 "쥐어짜는 듯한 느낌" 또는 "타는 듯한 아픔"으로 표현한다. 이와 함께 왼쪽 어깨·팔·목·턱·등으로 통증이 번지거나 식은땀·구토감·숨가쁨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심장내과 전문의들은 "흉통 발생 시 위장 장애로 속단하지 말고 심전도와 혈액검사 등 기본 심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생존율을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