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록 윤석열 시대’ 번외편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계엄 3대 미스터리
잘 들어. 계엄은 성공했어. 너는 주변에 아무 말도 하지 마.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이재명도 끝났고, 한동훈도 끝났어.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A는 ‘여사 라인’으로 불린 한 인사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A는 당시 나눈 통화내용을 또렷이 기억했다.
저더러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말을 하고 다니지 말라’고 충고하더라고요. 불과 계엄 선포 10분 후였는데 너무나도 침착했어요. 계엄이 선포될 거라는 걸, 그리고 이후의 진행 방향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투였어요. 기가 막혔죠.
한 마디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그날 오후 10시 27분 이전에 계엄 단행 사실을 알고 있었던 이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았을 거라는 얘기다. 그중에 김건희 여사도 포함돼 있었을까.

A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그날 밤 서슬 퍼런 계엄 포고령이 발동됐을 때부터 12월 4일 새벽 계엄이 해제됐을 때까지 충격과 분노의 교차 상태에 있었다. 이후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속→탄핵→석방→재구속을 겪었고, 동시 출범한 3개의 특검팀 수사도 막바지다.

그러나 여전히 계엄을 둘러싼 근본적 의문 몇 가지는 해소되지 않았다.
‘실록 윤석열 시대’ 취재팀은 ‘윤석열 정부’의 참모, 각료, 대선 캠프 관계자, 이른바 ‘여사 라인’ 및 ‘비선’ 인사 등 수십명을 만나 계엄 관련 의견을 들었다. 물론 그들 역시 대부분 계엄에 관한 한 관찰자였지만 윤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이들인 만큼, 의미가 있을 거라 판단했다.
취재팀이 그들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역시 ‘도대체 윤 전 대통령은 왜 계엄을 단행했느냐’였다.

①계엄 왜 했나
느닷없는 비상계엄은 다행히 국회와 시민의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 계엄군의 느리고 소극적인 대응 덕택에 6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동기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부정 선거 규명’ 등 윤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표면적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의 핵심 참모였던 B는 많은 이들이 속으로 짐작하던 그 이유를 꺼냈다.
우리(전 참모들)는 다 김 여사 때문에 계엄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부정선거? 대통령은 그거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믿지도 않았어요. 더불어민주당의 줄 탄핵? 그게 어디 어제, 오늘 일이었어요? 당시 권력 내부 상황, 정국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다 김 여사 때문에 계엄 한 거라고 생각해요.

한 마디로 윤 전 대통령이 ‘김건희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계엄을 단행했다는 의미다. 계엄선포 3시간 전 삼청동 안가에 들어가 계엄 관련 지시를 받았던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도 수사기관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 이유로 ‘가정사’를 언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내부 의견 대립으로 인해 그걸 막아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B는 “당시 친한동훈계가 ‘12월 10일로 예정된 재의결 투표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두면서 특검법 통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C 역시 “계엄 발표를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게이트 등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쓴 건 분명하다. 계엄 원인의 몇 %라고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일거 해소 내지는 마지막 반발이었던 측면이 아주 컸다”고 분석했다.
이런 관점은 이미 ‘소수 의견’이 아니다. 내란 특검팀 역시 김건희 리스크 해소가 계엄의 진짜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막판 수사력을 거기에 집중하고 있다.

용산 참모 D 역시 ‘김건희 원인설’을 배척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것 하나만이 원인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해 공직 사회의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국정조사니 김건희 특검법이니 하는 게 무지막지하게 넘어온다고 했죠? 거기에 명태균 터졌고, 감사원장과 김건희 수사 검사들이 줄줄이 탄핵 소추됐고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탈출구가 뭐였겠어요?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 계엄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어요. 물론 아주 잘못된 방법이었지만요.

윤 전 대통령과 정면 충돌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다소 심리학적인 분석을 보탰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이 윤 전 대통령에게 접근을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윤 전 대통령은 외로움을 느꼈을 거예요.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의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외로움은 사람을 어디로 치고 나가게 만들지 모르잖아요. 저는 (극단적 행동을 할 거라는) 징조가 조금 보였어요.
②김건희, 사전에 계엄 알았나
김 여사의 비상계엄 사전 인지 여부는 그의 계엄 관여 또는 종용 가능성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는 “비상계엄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한다. 실제 김 여사는 계엄 당일 오후 6시 25분 한 성형외과에 들어가 계엄선포 직전인 9시 30분까지 그곳에 있었다. 그 주장의 근거로 활용되는 정황이다.

김 여사와 가까웠던 E는 그 주장을 믿는 쪽이다. 그는 “계엄 다음 날 김 여사가 전화를 걸어와 ‘난 계엄 한다는 사실을 몰랐고, 만일 알았으면 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참모 F도 같은 의견이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지난 2월 11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야겠다. 와이프도 모른다. 알면 굉장히 화낼 것 같다’고 한 말 기억하느냐”는 질의에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권 고위직 인사 G는 “윤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걸 김 여사와 공유했다. 김 여사 몰래 계엄을 진행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용산 참모였던 H도 “계엄 날 성형외과를 갔다는 걸, 김 여사가 계엄을 사전에 몰랐다는 증거로 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은 말이 엄청나게 많고 입이 가벼운 사람이다. 김 여사 모르게 계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고 단언했다. H의 주장에는 김 여사가 ‘계엄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주장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성형외과를 일부러 찾았을 것이란 의심이 깔려 있다.
서두에 등장한 A의 전언 역시 결이 비슷하다. ‘여사 라인’ 인사가 계엄을 미리 알았을 정도였으니 김 여사는 당연히 알고 있었을 거라는 취지다.
김 여사가 계엄 선포 무렵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김 여사는 계엄 전날 조 전 원장에게 두 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계엄 당일인 다음날 답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원장은 헌법재판소 증언 당시 메시지 내용을 함구하면서도 “계엄 전날과 당일 국정원장과 영부인이 문자를 주고받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사실을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확인된 인물 중 한 명이다.

보수 정치인 I의 주장 역시 김건희 사전 인지설을 뒷받침한다.
계엄을 말렸다는 건 물론 김 여사에게 도움되는 정황이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결국 김 여사 역시 사전에 계엄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③왜 그날이었나
평일(화요일)을 ‘디데이’로 잡은 이유도 여전한 의문의 대상이다. 의원들이 대거 지역구로 내려갔을 주말에 계엄을 단행했다면 국회 봉쇄 및 계엄해제 의결 차단이 쉬웠을 테고, 계엄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컸을 거라서다. 게다가 불과 일주일 뒤, 즉 12월 10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종료를 기다렸다가 비상계엄을 단행했다면 더더욱 국회의 방어가 어려웠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굳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기 쉬운 날을 택해 계엄을 단행했다가 실패를 자초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경고성 계엄이었기 때문에 날짜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른바 ‘점지설’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그렇지 않아도 임기 내내 건진(전성배), 천공, 명태균 등 ‘도사’들이 연루된 ‘무속 논란’에 시달려왔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점집을 운영했다는 사실 역시 관련 의혹을 증폭시킨 근거 중 하나였다.

윤석열 정부 장관이었던 J는 “주변인들에 따르면 당시 윤 전 대통령 분위기가 ‘계엄 날짜는 못 바꿔. 그냥 무조건 화요일에 하는 거야. 토 달지 마’라는 거였다. ‘비과학적 요소’의 개입 말고는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일각에선 12월 3일이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일(2022년 3월 9일)로부터 1000일 되는 날이라 낙점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주동자인 군인들이 국회 시스템을 제대로 몰랐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계엄이 그렇게 쉽게 해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별 생각없이 평일에 계엄을 단행했을 거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J는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날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설명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이미 ‘상식’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택일이 ‘비상식적’이었던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이상할 게 없어요. 그리고 그에게 날짜 자체는 중요하지 않았을 거예요. 왜냐구요?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 실패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플랜B’라는 건 아예 생각도 안 했던 거죠.
윤 전 대통령과의 의견 충돌로 ‘윤석열 캠프’에서 중도 하차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의 견해도 비슷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사고가 단순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계엄을 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가 계엄 이후 상황에 대한 가정을 보탰다.

그런데 계엄에 성공했더라도 한, 두 달 안에 쫓겨났을 거예요. 당연히 국민 저항이 심했을 테고,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으로 추락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윤 전 대통령을 부추긴 진짜 계엄 주도 세력, 즉 김용현 같은 군인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이 인기도 없는 대통령, 뭐 하러 그냥 둬?’하면서 내쫓아버렸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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