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우리 영토인데…정동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체제 존중"

2026-01-02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일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며 "체제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상 북한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의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의 국호를 공식 석상에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 시무식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북측이 말하는 도이췰란드(독일)식 체제 통일을 배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앞서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도 "북한이 의심하는 독일식 흡수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 장관은 또 "남북 간 적대 문제 해소와 관련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의제라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귀측과 마주 앉아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인 이재명 정부는 보건, 의료, 인도 분야 등 민간 교류협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통제하거나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7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국호를 자주 사용했다. 당시 그는 "만일 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남조선 인권법을 제정하고 남한 인권 문제에 개입하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말해 보편적 인권 문제를 북한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방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에선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나 판문점 북측 통일각 방명록 등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는 칭호를 썼다. 또한 국제무대에서는 북한을 존중하는 의미로 'North Korea' 대신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가 한국어로 북한의 국호를 직접 언급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을 정식 국가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표현 역시 '북한' 혹은 '북측' 등으로 쓰였다.

특히 북한은 최근 ‘두 국가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과거에는 남북 합의 문서에 쌍방의 정식 국호를 명기하는 데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을 위해 열린 1990년대 초반 남북고위급회담 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합의문에 양측의 국호를 병기하는 데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 문제는 북한이 양보하면서 남북 합의서로는 처음으로 쌍방의 국호가 명기됐지만 북한은 이를 두고 “남측이 두 개의 조선을 고착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현재 북한이 말하는 ‘두 국가론’ 역시 각자 적대적인 두 국가로 살아가자는 논리에 가까울 뿐, 한국의 체제를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북한의 국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지난해 10월에도 북한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의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당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은 "정부 입장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한편 이날 정 장관은 북한에 새해 인사를 건네며 "올해 적대 관계를 끝내자"라고도 제안했다. 정 장관은 "북측 관계자 여러분, 우리가 왜 적대하며 싸워야 하느냐"며 "누구를 위한 적대이며 무엇을 위한 대결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함께 패배하는 길이며 남북이 모두 죽는 길"이라며 "우리가 먼저 노력할 것이며 우리가 먼저 달라질 것이다"라고 했다.

또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밝힌 '한반도평화특사'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정 장관은 한국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강조하며 "안으로는 선제적인 대북 조치를 통해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밖으로는 주변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한반도평화특사를 임명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4강을 설득하고 북·미, 남북 대화 여건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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