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네덜란드서 성공한 '영업점 협업제도', 한국만 부진한 이유?

2025-07-21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오프라인 영업점 효율화의 일환으로 도입한 '영업점 협업제도'가 기대와 달리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공동 성과에 대한 개별 평가의 한계, 이중적 보고로 인한 비효율성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네덜란드와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국내은행의 영업점 협업제도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영업점 협업제도는 도입 초기의 기대와 달리 잘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점 협업제도는 중심이 되는 거점 영업점(허브, hub)과 주변의 영업점 4~8개(스포크, spoke)를 그룹화하는 '허브앤드스포크(Hub & Spoke)' 모형의 일종으로 꼽힌다. 거점 영업점에서는 전문 상담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근 영업점에서는 입출금, 환전 등 단순 업무 및 서류 대행 업무 등을 수행해 효율화를 꾀하는 셈이다.

글로벌 은행들은 영업점 협업으로 영업점 간 인적·물적 자원을 교류해 생산성 향상과 비용 효율화를 도모했다. 미국 4대 금융사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30% 이상 축소하면서도, 허브앤드스포크 전략으로 고객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ING 하우스를 통해 고객에게 전문적이고 맞춤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서비스 포인트에서는 간단한 금융업무를 지원해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부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을 중심으로 영업점 협업제도를 펼쳐왔다. 신한은행이 '커뮤니티 제도'라는 명칭으로 제도를 최초 도입했고, 뒤이어 KB국민은행 'PG 제도', 우리은행 'VG 제도', 하나은행 '컬래버 제도' 등이 각각 출범했다.

하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곳은 일부에 그쳤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은 초기 모델을 발전시켜 'PG 2.0'이라는 고도화된 영업점 협업제도를 도입하고, 허브 센터에 전문가를 집중 배치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IBK기업은행도 종합센터에서 인근 영업점으로 전문 PB를 파견해 호평을 얻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무임승차 문제 등으로 VG제도를 폐지했다. 신한은행은 커뮤니티장을 없애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하나은행은 컬래버 제도를 보완하고, 지점의 영업력을 강화하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처럼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영업점 협업제도가 잘 정착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공동 성과에 대한 개별 평가의 한계 △이중적 보고 체계로 인한 비효율성 △비대면 거래 확대에 따른 협업 필요성 감소 등이 꼽힌다. 그룹 공동평가의 경우 인근 영업점의 부진이 소속 그룹의 실적 저하로 이어져 업무 의욕을 감소시키는 등 무임승차 논란을 야기했다. 직원의 경우 본인이 배치된 영업점 외 소속 그룹의 관리·감독이 추가돼 이중으로 보고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은행 비대면 거래가 본격화되면서, 영업점 간 협업의 필요성도 크게 줄었다는 평이다.

이 같은 비효율 문제에도 불구, 금융연구원은 영업점 협업제도가 은행들의 합리적인 비용관리를 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이익 중심의 경영전략 추진 등에 따라 비용 항목이 중요한 경영관리 지표가 됐다"며 "저수익 영업점을 즉각 폐업하기보다 인근 점포와의 연계성 강화 및 역할 재조정, 다운사이징 등을 통해 비용을 통제하고, 지역 내 대고객 서비스를 충분히 유지해 사회적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업점 협업제도 활성화의 방안으로 전반적인 은행 인프라의 개선을 제언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점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협업 관련 평가 가중치를 높여 영업점 간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영업점 협업제도가 체계화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선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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