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의 연금술

2025-11-09

강방영 시인/논설위원

‘한 20대 여성이 집에서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로 바퀴벌레를 죽이려다가 불을 내서 소방 장비 37대와 인력 111명이 투입되었다. 화재가 난 건물은 5층 다세대주택이며 9명의 사상자가 발생, 5층에 거주하던 여성이 대피 중 추락 사망하고 8명이 연기를 흡입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 외 주민 14명이 대피했으며, 불을 낸 여성은 화재와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되었다.’

얼마 전 오산에서 일어난 화재인데, 사고의 장본인도 자신의 행동 결과에 무척 황당했을 것이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운다지만, 삼간집이 아닌 다세대건물이라 사고 규모가 컸다. 바퀴벌레를 향한 강한 혐오감이 사람들을 다치고 죽게 했으며, 20대 여인의 삶도 무너지게 만들었다.

우리들이 대부분 기겁을 하는 바퀴벌레는 독충도 아니고, 약 3억 2000만년 전부터 지구에 있었으며, 공룡 멸종을 포함하여 여러 차례의 대멸종 사건을 살아남은 곤충 무리 중 하나라고 한다. 적응력이 뛰어나 어떤 환경에서도 번식을 잘 하는 바퀴벌레, 생존 역사로 기득권을 주장한다면 단연 우위이다. 또한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므로, 바퀴벌레를 박멸하겠다는 우리의 태도는 사실 기괴한 것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영리한 바퀴벌레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또 다른 곳에서는 바퀴벌레가 식용으로 활용된다지만, 우리는 바퀴벌레를 태워 죽이려고 할 만큼 집단적 혐오감에 젖어있다. 이외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들의 미움은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정당들이 네거리에 붙여놓는 현수막들을 봐도 그렇다. 온갖 문구들이 미운 너희들은 제발 물러가 없어지라고 서로 째려본다.

누군가를 맹렬히 미워하는 행동은 스스로 독을 삼키면서 그 효과로 미움의 대상이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한다. 상대방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데, 혼자 분노의 불로 본인의 장기를 태우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뼈아픈 시간을 보낸다. 스스로 명줄을 부식시키며 죽음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는 셈이다.

그런데 맹독이 세상을 구하기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생물체가 만들어내는 맹독이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 의약품 원료로 쓰인다. 어떤 독거미의 독은 뇌졸증 치료제, 살모사 맹독은 고혈압 약, 또 광물에서 나오는 독소는 매독 치료제, 달팽이의 맹독은 진통제나 항암제의 원료라고 한다. 목숨을 잇아 가는 맹독일지라도 그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서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 귀한 약으로 바뀌는 것이다.

일단 분개하며 독을 품는 것은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치자. 문제는 그 다음 단계 즉 자가 생산되는 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독의 양을 조절하고 다른 성분과 합성하면서 자신을 치유할 명약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하늘로 탱천하는 울화를 조명탄처럼 이용하여 사람의 심리를 살피고, 삶을 이해하는 에너지로 사용하면 어찌 될까.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라는 말처럼 이득 없는 분노를 너그러움으로 전환시키면서 그만큼 통이 큰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처럼 유연하게 심리를 다스리는 삶의 고수가 주변에 많아지면 우리들 삶도 단체로 평안해 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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