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폭염, 폭우, 태풍, 가뭄, 한파 등 자연재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를 거듭할 수록 더 빈번하고 강력해지는 기후재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선진국부터 최빈국까지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고위급 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그러나 산업계를 중심으로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실 여건과 국민 부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목표와 수단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실용적 지혜가 필요하다.
전자신문은 '대한민국 녹색 대전환(K-GX)' 기획의 일환으로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기술경영경제학회와 '기후기술 정책·산업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기술정책과 산업육성 전략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그린수소 등 초혁신경제 기반이 될 미래기술 개발에 민·관·학 역량을 결집해 기후기술 패권을 선점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에는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기술경영경제학회 기획위원장), 백철우 덕성여자대학교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 학술위원장)가 참석했다.
〈참석자〉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기술경영경제학회 회장)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기술경영경제학회 기획위원장)
△백철우 덕성여자대학교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 학술위원장)
△사회=이준희 전자신문 차장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어디까지 와 있나.
◇사회(이준희 전자신문 차장)=최근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53~61%로 확정했다. 한국의 대응 수준을 기술정책과 산업전환의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상협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소장=한국은 정책 방향성, 기술 역량, 산업 기반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술개발·정책·산업 적용 간 정합성과 실행력이 부족하다. 감축 수단별 전환 경로 정의, 실증-표준-규제 연계 체계 강화, 산업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며, 개별 조치 중심을 넘어 통합적 전환 프레임워크로의 전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2035 NDC' 상향, 세부 기후기술 로드맵 수립 등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정책·기술·시장 간 연계 구조가 미흡하고, 기술개발→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혁신 체계 미흡이 주요 한계로 지적된다. 2022년 수립된 정책 대비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등 기술적 변화상, 신규 수립된 '2035 NDC' 등 새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목표를 반영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등 대외적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소중립 기술정책을 재검토·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참여 확대, 공급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 등 긍정적 흐름이 존재하나, 중소·중견기업의 전환 역량과 자금 조달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산업별 전환 속도 격차가 크고 기술 도입 비용과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공적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적이익을 충분히 창출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기술정책이 만들어내는 기후해법…기술로 푸는 탄소중립
◇사회='2035 NDC'를 61%까지 달성하려면 기후위기를 기술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기술 연구개발(R&D) 투자가 산업 동력으로 이어지고, K-기후기술의 국제 진출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방향은 무엇인가.
◇이상협 소장=기후기술이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기술개발뿐 아니라 기술 데이터 기반의 정책 설계 체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산업·기업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 기술 수준, 경쟁국 동향, 시장 전망, 협력 가능성 등을 제공하는 정보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탄소중립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개발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17대 탄소중립 기술별로 주요국 기술 수준, 중점협력국, 협력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17대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기술, 정책, 산업을 총망라한 백서를 발간해 정보 제공에 힘쓰고 있다.
◇손병호 부원장=기후기술이 산업 전환과 감축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방향성 제시와 실증 기반 연구 기획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기술개발이 대규모 실증·스케일업을 통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모델 마련이 중요한 과제다. 해외 진출 시 국내에 잘 된 레퍼런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전략도 중요하지만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필요에 대응해 국가녹색기술연구소는 수소 기술혁신 로드맵 개선안을 제시해 기술별 전환 경로를 정교화했다. 또 개도국 기후기술 실증 연구 사업을 기획해 국내 기술의 현장 적용성과 사업화 모델을 검증하는 기반을 마련해 오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백철우 교수=2035 NDC 등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이 불가피하다. 기술적으로 가장 성숙한 BESS(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는 경제성과 장주기 대응에 한계가 있고, 양수는 입지 선정 및 환경 논란이 존재한다. 따라서 수소를 통해 10시간 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주기 ESS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촉매, 전해조 등 기술을 개발해 청정수소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운송-저장 등 가치사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개발을 통한 청정수소 생산단가 인하, 관련 인프라 구축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산업전환과 中企 등 경쟁력 강화…부담에서 기회로 바꾸는 기술혁신
◇사회=탄소감축이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중소기업의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후기술이 중소기업의 부담이 아닌 성장 기회가 되려면 어떤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노민선 실장=기후기술이 중소기업에게 비용 부담이 아닌 경쟁력과 시장 확장의 기회가 되려면 기술·자금·시장 연계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대부분 중소기업은 감축 기술 선택, 설비 전환 비용, 국제 규범 대응, 해외 시장 진출 등에서 전문성과 실행역량이 부족하므로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기술 적용 컨설팅, 시제품 제작 및 실증 지원, 금융 연계, 인증·표준 대응, 해외시장 연계형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 단위의 단편적 지원이 아닌 생태계 기반의 기업 전환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에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기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같은 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 대응 과정에서 규제·인허가와 제도 환경의 불확실성은 중소기업들이 기후대응을 의무 대응으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기후기술을 적용하려는 단계에서 규제가 장벽이 아닌 적용 촉진 장치로 기능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백철우 교수=2035 NDC에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억7630만톤(2018년 기준)에서 최소 2억910만톤(-24.3%)에서 최대 1억9060만톤(-31.0%)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철강, 석유화학, 정유산업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공정·소재 대체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통해 기업들의 탈탄소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도 시급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AI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청정발전원 확보 및 송배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RE100 산단, 분산특구 등의 제도를 정착시켜 AI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연구와 정책·산업을 잇는 브릿지
◇사회=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정책·산업 거버넌스가 여전히 분절되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기관, 특히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같은 정책형 연구기관은 어떤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손병호 부원장=기후위기 대응 기술 개발이 정책 설계와 연계되지 않으면 실증과 확산 단계에서 제도적 장벽이 발생하고, 반대로 정책 논의가 산업 현실이나 기술 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규제와 실행 간 괴리가 커지는 문제가 지속된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은 기술혁신과 정책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측면에서 정책을 연구하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술개발 결과와 정책·제도 설계를 정합적으로 정렬해, 연구개발-정책-산업 적용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전환 경로 구축의 핵심 연결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상협 소장=정책형 연구기관은 이러한 구조적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근거 기반 정책 설계와 기술 기반 의사결정 지원체계 구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즉, 기술 수준·시장성·감축 효과·적용 가능성 등을 객관적 데이터와 분석 결과로 제시해 정책 수립의 기준을 제공하고, 산업계의 기술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표준·실증 문제를 정책 개선과 연계하는 체계적 피드백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노민선 실장=나아가 정책형 연구기관은 기술과 정책, 산업 주체를 각각 연결하는 플랫폼형 조정자 역할도 필요하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은 단일 연구기관이나 단일 정책부처의 대응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합 의제이므로, 연구기관이 기술 기반의 공공 의사결정 지원자이자, 산업전환 방향을 정렬하는 전환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2050을 향한 제언…기후위기 대응, 기술과 산업으로 답하다
◇사회=마지막으로, 네 분이 생각하는 한국의 2050 비전은 무엇인가. 기술혁신과 산업육성의 관점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기후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변화 한 가지를 꼽는다면.
◇손병호 부원장=2050년을 향해 한국이 반드시 달성해야 할 첫 번째 변화는 기술 기반 감축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다. 기후기술이 감축 수단이자 산업 전략이라는 인식이 명확해져야 하며, 기술 수준 분석·감축 효과 검증·정책 연계·산업 적용이 하나의 구조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기술개발이 단순히 연구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전환 속도와 감축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기반이 됨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2050년의 한국은 기술혁신을 통해 감축을 이끌어가는 기술주도형 넷제로 국가로 확립될 필요가 있다.
◇노민선 실장=두 번째 변화는 기후기술이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증-사업화-시장 진출로 확산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기반의 기술혁신 인프라 구축이다. 특히 수소,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탄소중립 핵심 기술 분야에서 대규모 실증과 보급이 가능한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국가 단위 테스트베드와 규제 샌드박스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 산업 구조가 변화할 수 있도록 기후기술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기술 도입과 사업화를 부담이 아닌 기회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한국은 2050년 제조업 기반의 탄소중립 산업모델을 구축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백철우 교수=세 번째 변화는 한국이 탄소규제·무역규범·기술표준을 단순히 수용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제 규범을 설계하고 선도하는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RE100,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국제표준화, 탄소시장 등 글로벌 규범 환경이 기술·산업·금융을 동시에 규정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 경쟁력이 아닌 표준 기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력뿐 아니라 인증, 금융, 제도, 협력모델이 결합된 패키지형 기후기술 산업전략이 추진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단순 공급자가 아니라 글로벌 기후 기술 생태계의 설계자이자 조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상협 소장=마지막으로 요구되는 변화는 기술-산업-정책이 하나의 전략체계로 작동하는 통합형 거버넌스 확립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단일 기술, 단일 산업, 단일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기술 로드맵·정책 설계·시장 확산·국제협력이 일관된 목표에 따라 운영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을 때, 2050년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글로벌 기후기술 선도국가로 확립될 수 있다.
※본 기사는 국가녹색기술연구소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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