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송섬별 옮김·열린책들·1만8800원

데뷔작
1930년대 퀴어 연구자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잰 게이는 300명이 넘는 동성애자의 증언을 채록했으나, 그의 연구는 권위 있는 남성 연구가의 이름으로 출판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증언은 병리학적 진단으로 채워지며 그들의 욕망은 장애로 번역된다. 소설은 그 삭제되고 조각나고 구멍 난 자리로부터 시작되고, 페이지 위에선 과거와 현재, 허구와 사실이 교차한다.
“네가 잊지 말아야 할 걸 하나 알려 줄게. 모호한 것이 모두 해소될 필요는 없어.”
낯선 이를 알아보기
이사벨라 함마드 지음·강동혁 옮김·민음사·1만3000원

거대한 학살, 인간성의 말살 현장을 앞두고 이야기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팔레스타인계 영국 소설가인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에 맞닥뜨리게 한다. 그간 저자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많은 사람의 ‘깜짝 놀라는’ 반응을 마주했다. 하지만 단지 그들을 속죄, 계몽시키는 것이 이야기의 목적인가? 저자는 사실 많은 이야기는 몰랐던 것이라기보다는, 알지만 모른 척하려 했던 것들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문학적 아나그로시스의 순간에 맞닥뜨릴 때 얻는 것은 깨우침이라기보다는 나의 세계가 깨어지고, 영원히 이방인이 되는 경험이다.
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문학동네·1만8000원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쓴 소설가 정이현이 9년 만에 낸 신작 소설집. 지긋지긋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노 피플 존’을 살아가고 싶어하면서도 고립을 두려워하는 각양각색 도시민들의 삶을 사회구조와 인간소외에 대한 고민 끝에 섬세하게 그려낸다.
빗물 그 바아압
권일혁 지음·걷는사람·1만2000원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30여 년간 거리에서 살았던 시인이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과정 졸업 후 10여 년간 쓴 1500여편의 시 중 일부를 묶은 시집. 거리의 시인이 예리한 시선으로 배식, 삶, 허기 등에 대해 관찰하고 궁리한 시구들이 인상적이다.
부패의 언어
윌리엄 배스, 존 제퍼슨 지음·김성훈 옮김·위즈덤하우스·2만3000원

1980년 세계 최초의 시체 부패 연구시설인 테네시대 인류학 연구소, 일명 ‘시체농장’을 설립한 법의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 쓴 책. 그가 직접 다뤄왔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말 없는 시체로부터 어떻게 숨겨진 사실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상술한다.
![[신간] 예술과 문학의 본질을 묻고 답을 찾는 여정…‘김형의 뒷모습’](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51043/art_17611856158931_54155b.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