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이날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이 열려 정문 출입구는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뒤쪽 공터는 각종 공사 자재가 가득 쌓여있고 인적이 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공간 한구석에 자리한 컨테이너 형태의 사무실에는 ‘2025년 APEC 정상회의 미디어센터 건립공사’라는 안내가 걸려 있었다.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취재하는 전 세계 언론인들을 위한 국제미디어센터가 들어설 자리다.
하지만 국제미디어센터는 행사까지 불과 4개월여가 남은 것 치고는 지나치게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물의 윤곽은커녕 공사 자재들이 바닥에 쌓여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이곳보다 공사 진행이 더딘 곳들도 있다. 대한민국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경주엑스포대공원 광장에 세워질 전시장은 공정률이 이달 초 기준 15%에 불과하다. 경주국립박물관 중정에 조성하는 만찬장은 부지 선정이 늦어지면서 공정률이 5% 수준에 머문다.
일각에선 경주 APEC 정상회의 행사 관련 인프라가 제때 지어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정상회의를 비롯해 참석 국가 양자 회담도 잇따라 열리기 때문에 회담 성격에 맞는 다양한 회의장과 라운지, 행정지원실 등이 필수다. 국제행사인 APEC 정상회의의 총괄 준비와 최종 의사결정은 외교부 소관이지만, 관련 인프라 준비와 수송·의료 지원 등은 개최지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이와 관련 국회 APEC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정일영 의원에 따르면, 경북도는 총 142억원을 들여 경주엑스포대공원에 2700㎡ 규모의 경제전시장을 조성 중이다. 하지만 건축공사 개찰은 4월 말, 소방·전기·통신 공사 개찰은 5월 중순에야 이뤄졌으며 공사 기간은 150일로 설정돼 있어 회의 직전까지 공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84억원을 투입한 APEC 홍보관 건립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요 공사와 건설사업관리 용역 개찰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이뤄져 전시 준비가 적기에 완료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만찬장은 올 초 부지 선정이 마무리됐어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으로 진행이 늦어졌다.
정 의원은 “7~8월은 폭염과 장마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매우 큰 시기”라며 “모든 변수를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제때 관련 인프라 준비를 마치겠다고 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11일 “현재 정상회의장 준비 등 인프라 구축과 경제·문화 APEC을 위한 콘텐트 개발, 시민 APEC 완성을 위한 참여 확대 등 지방 차원에서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의 기간 중 하루 최대 7700객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숙박시설 마련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 중 국가 정상급 인사에 제공할 프레지덴셜 로얄 스위트(PRS)급 객실(35실)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양 부지사는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면서 필요 시 휴일 시공 등을 통해 당초 계획된 9월 말보다 보름가량 앞당겨 주요 인프라를 완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