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과연 그 토대가 튼튼할까. 대한민국 핵심산업이 되려면 개인이나 기업의 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 튼튼한 뿌리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방송된 아리랑 국제방송의 60분 특집 ‘K팝 더 넥스트 챕터’ (K-Pop:The Next Chapter)에 출연해 이같은 K팝의 미래와 문화예술 정책 방향을 직접 언급했다.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한 K팝이 더 나아가긴 위해선 공연장 인프라 확충과 문화예술 전반의 균형있는 성장, 그리고 정부의 통제없는 확실한 지원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K-컬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8일에는 “평화가 경제 안정의 토대라면 K-컬처는 국력 신장의 새로운 동력”이라며 관련 시장 규모를 30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엔 K팝 산업이 있다고 봤다. 방송에서 이 대통령은 “사람들은 괴롭고 슬플 때 음악으로 많이 위로받고 격려받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김민기 작사 작곡, 양희은 가창의 ‘상록수’를 많이 부르기도 했다. 연대하고 공감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자기정화의 시간들이 사람마다 분명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부연했다.
동시에 “(K팝 저변 확대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입을 뗀 이 대통령은 일본과 비교해 부족한 우리나라의 대규모 공연시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경기도지사 시절 일산아레나를 추진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공연장 건립이 어렵다면 기존 시설을 변형해서라도 활용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거목이 잘 자라려면 풀밭이 잘 가꿔져 있어야 한다”며 “순수예술을 포함한 문화예술 전반에 지원과 육성이 중요하다. 굳이 말하자면, 순수예술이 바탕이 되어 받쳐주지 않으면 문화산업은 사상누각이다. 골고루 기회가 갈 수 있도록 해야 그 속에서 새로운 상품도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인용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예술은 자유로움과 창의성이 본질인데, 정치권력은 이를 통제하려는 본능이 있다”며 블랙리스트 등 과거의 사례를 언급했다. “정부는 간섭하지 말고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해 물을 주듯 지원해야 한다. 그 안에서 경쟁과 창의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K팝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문화 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푸드(음식)”라고 답했다.
함께 출연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강 감독에겐 “우리 문화를 보여준다는 것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며 “설렁탕에 깍두기를 소품을 넣는 디테일, 호랑이를 귀엽게 표현해 캐릭터로 만든 점, 저승사자라는 죽음의 이미지를 아이돌로 만든 것이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매기강 감독은 “처음부터 K팝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건 아니다. 저승사자, 요괴 등 미신이 우리나라의 독특한 점이라고 생각해 ‘데몬 헌터’라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그 후에 K팝과 접목하게 됐다. 이후 자연스럽게 한의원, 목욕탕 등 한국 문화를 녹였다”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테이크 다운’을 부른 트와이스 지효·정연은 “6년 전 처음 미국 공연을 갔을 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말을 배워서 인사해주는 팬 분들이 생겨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도 K팝으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늘었고, 음식과 뷰티산업까지도 관심이 늘고 있는 흐름에 감탄했다. “식민지였다가 해방된 나라 중 우리처럼 민주화가 잘 이뤄지고 산업화된 나라가 없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변화를 이뤄냈다. 그것이 앞으로도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것이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동방의 나라”라면서 우리나라의 강점을 짚었다.

또 “기존의 통상 수준의 투자 말고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해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산업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미래과제가 될 것이라 보고, 우리가 빨리 선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