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은 금리나 물가 조절하는 기관 아니야? 구조개혁은 정부나 국회가 할 일 아닌가?”
한은은 6일 공식 블로그에 ‘왜 중앙은행이 구조개혁을 이야기할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게재하며 이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했다. 한은은 “구조개혁이 통화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며 금리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블로그는 한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현재 노인 빈곤 문제 등을 연구해온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이 작성했다.
이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6월 25일 이창용 총재를 향해 “자숙하고 본래 한은의 역할에 충실하게 관리를 잘하라”고 공개 비판한 지 약 두 달 만에 나온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창용 총재가 외국인 노인 돌봄, 농산물 수입, 입시제도 등 통화정책 외 영역까지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두고 “오지랖”이라며 날을 세운 바 있다.
황 실장은 “구조개혁은 통화정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구조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리 정책의 숨통도 트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침체는 금리 인하 같은 정책 수단으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경제의 체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는 그런 일시적인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실질금리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미 1991년 이후 고령화 추세로 실질금리가 약 1.4%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황 실장은 “초고령 사회에서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며 가계의 저축이 증가하고, 투자 수요는 위축돼 자연스럽게 금리는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낮아진 실질금리가 통화정책 운용의 여력을 축소시킨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조금만 내려도 제로금리에 가까워지며 정책 효과는 제한된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도 부담이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복지 재정 지출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정부 재정에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황 실장은 "구조개혁은 경제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고, 그 근육이 있어야 금리라는 도구도 힘을 낼 수 있다"며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화하고,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좁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