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로고 무단 도용 불법 웹사이트 운용 적발
애널리스트·대표 사칭 리딩방 사기 사례 발견
금감원, 소비자경보 발령…유의 내용 등 안내
정치적 불확실성을 틈타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을 사칭한 투자금 갈취 사기가 횡행해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각사 별로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으나 유사 사례가 쏟아지고 있어 투자자 주의 요구와 당국의 대응책 마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2곳(NH투자·한국투자·신한투자·유진투자·다올투자·우리투자·대신·현대차·iM·카카오페이·한양증권·DB금융투자)과 자산운용사 5곳(미래에셋·한화·NH-아문디·이지스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금융투자협회 등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 사칭 사기 주의 안내문을 공지했다.
이들의 공지문을 종합하면 각사 별로 사칭 대상과 방법 등이 다양했다. 우선 유진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등은 유령회사가 계열사로 착각할 만한 사명을 써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을 발견하고 관계기관 신고와 법적 조치에 나섰다.
유진투자증권은 ‘유진에셋글로벌’과 ‘유진투자에셋’, ‘와이플러스플랜’이 그룹과 무관한 단체라고 밝히며 이들이 로고를 무단 도용하고 불법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투자에셋’이 회사를 사칭해 현대차그룹주 저가 매수 등을 거론하며 송금 요청한 사례를 발견하고 주의를 부탁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회사 전 대표 등 임직원을 사칭한 불법 리딩방 사기 사례도 관측됐다. NH투자증권은 불법 리딩방인 ‘고래협력 프로젝트’가 회사 임직원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대신증권은 임직원 사칭 투자사기가 발생한 ‘미래성장신탁프로젝트’에 가입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안내했다.
임직원 사칭 사례는 자산운용사에서도 나왔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문자·전화·이메일·밴드·카페·유튜브·오픈채팅방·텔레그램 등에서 임동순 대표를 사칭한 사기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며 해당 매체를 통한 투자자금 조달·펀드 직접 판매 등은 이뤄지지 않음을 공지했다.
또 미래에셋·한화·이지스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도 임직원 사칭 사례를 발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투자권유를 일체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을 사칭한 사기 사례도 발견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비상계엄을 이유로 자금출처를 조사한다며 금감원을 사칭해 자금을 편취한 불법 리딩방 사기를 적발하고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 신한투자증권 등도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경보 발령을 알렸다.
사칭 사기가 일파만파 확산하며 적극적으로 불법업자 퇴치에 나선 곳도 나왔다. DB금융투자는 홈페이지 사칭 피싱사이트 주의 안내문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칭사이트를 일일이 게재했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신고도 권고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증권사를 사칭한 사기 사례가 쏟아지고 있으나 이러한 사기 유형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이에 금감원이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사칭 사기에 대응하고 있으나 규제 강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 마련이 필요하단 요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불법주식 투자 유도 특별 단속 실시 결과 피해건 수는 2517건, 피해액은 2371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은 올 초부터 공지사항에 사칭 사기 주의를 안내 해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규제 강화 논의는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타인 사칭 계정을 개설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 6월 국회에 발의돼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닌 업자와의 거래로 인한 피해는 금감원의 분쟁조정 대상도 되지 않아 피해 구제가 어렵다”며 “투자 전 반드시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금융투자 사기가 의심될 경우 반드시 투자 추천, 사설 주식거래앱 설치 권유 등 관련 증빙자료를 확보해 수사기관 또는 금감원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