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 안 와? 佛 인종차별”…아뿔싸, 당신이 먼저 무례했다

2025-07-14

파리에서는 충분히 먹지 못하면 몹시 허기진다. 빵집 진열대에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그득하고 거리에는 테라스 식탁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늘 먹을 것이 눈에 보이고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파리는 날마다 축제』

1921~26년 파리에서 살았던 미국 작가의 문장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도 유효하다. 전 세계 관광객이 잘 먹기 위해, 무언가 남다른 한끼를 경험하기 위해 파리로 모여든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프랑스를 방문한 관광객은 여행 경비의 최대 35%를 ‘미식’에 지출했다. 전망도 밝다. WTO는 앞으로 10년간 프랑스 미식 관광 시장은 매해 15.9%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관광청 한국사무소 정혜원 부소장은 “먼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프랑스를 방문하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의 말마따나 미식 체험은 프랑스를 여행하는 중요한 목적이다. 프랑스에서 식사는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행동이 아니다.

다만 걸리는 게 있다. 한국인에게 프랑스 음식은 여전히 어렵다.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일단 기가 죽는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이탈리아 하면 피자·파스타, 독일 하면 소시지, 심지어 영국마저도 피시앤칩스가 바로 생각나는데, 프랑스 음식은 바로 떠오르는 게 없다.

오늘 일타강사는 파리 여행 최고 난도의 미션 ‘프랑스에서 잘 먹기’의 해법을 제시한다. 커피 말고도 온갖 걸 다 파는 카페, 최근 한국에도 상륙한 ‘프랑스 가정식’ 식당,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공략법을 강의한다. 더불어 프랑스 식탁 예절과 레스토랑 생존 불어도 정리했다.

‘아아’ 빼고 다 파는 식당

프랑스는 식당이 많아서 식당 종류도 많다. 하나씩 공부하자. 제일 먼저 카페(Café). 현지인이든, 관광객이든 부담 없이 찾는 곳이다. 식당이라며 왜 카페냐고? 저런, 프랑스 카페는 한국 카페와 다르다. 프랑스에는 식사도 가능한 카페가 커피·디저트만 파는 카페보다 훨씬 더 많다. 아예 카페와 레스토랑 간판을 나란히 내건 집도 수두룩하다. 오전 7시 문을 열어 자정 너머까지 손님을 받는데, 코스 요리에 술까지 판다.

프랑스 카페와 관련해 당신이 알아야 할 슬픈 사실이 있다. 파리 카페 대부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안 판다. 플라스틱 컵에 테이크 아웃을 해주지도 않는다. 프랑스에서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불행히도 성립하지 않는다.

비스트로(Bistrot)는 가정식 콘셉트의 작은 식당이다. 양파 수프, 비프 부르기뇽(레드와인에 졸인 소고기), 오리 다리 콩피 같은 프랑스 전통 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고, 오마카세처럼 셰프가 그날그날 내키는 대로 음식을 내는 곳도 있다. 서울에서 프랑스 식당 ‘아따블르’를 운영하는 김수미 셰프는 『프렌치 셰프의 파리 산책』에서 이렇게 썼다.

“칠판에 메뉴를 휘갈긴 식당이라면 신선하고 맛난 음식을 팔 확률이 높다. 기본적인 음식 이름을 알아야 이런 식당을 주저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파리 외곽 생투앙 벼룩시장의 비스트로 ‘데 로지에(Des rosiers)’를 방문했다. ‘오늘의 메뉴’에 탄산음료를 곁들인 가격은 22.9유로(약 3만6000원). 파리치고는 싼 편이었다. 전채는 데친 렌틸콩에 삶은 달걀과 베이컨이, 본식은 염소 치즈 얹은 파스타가 나왔다. 후식은 따로 주문하지 않았다. 비스트로는 굳이 코스를 고집하지 않는다. 파스타 하나만 시켜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우리네 밥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나오면 된다.

브라세리(Brasserie)라는 식당도 있다. 원래는 독일과 인접한 알자스 지방의 맥주 양조장 겸 술집이었는데, 19세기 들어 관광객을 상대하는 고급 식당으로 진화했다. 대체로 역사가 깊고 인테리어도 고전적이다. 웅장한 아르누보 장식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특징이다.

비스트로나 브라세리는 식당 콘셉트이지 업종은 아니다. 한국의 분식집과 고깃집은 전혀 다른 음식을 팔지만, 비스트로와 브라세리의 음식은 많이 겹친다. 굳이 구분하면, 브라세리가 비스트로보다 격식을 차린 식당이라고 할 수 있다. 메뉴가 같아도, 브라세리가 육류와 해산물 요리가 더 다채롭고 가격도 높은 편이다. 점심과 저녁에만 문을 여는 비스트로와 달리 쉬는 시간이 없는 것도 브라세리의 특징이다. 요즘에는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다. 비스트로나 브라세리 간판을 내걸지 않은 식당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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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를 소개한다. 원래는 음식 전반에 관한 문화·기술·학문을 뜻하는 단어였는데, 요즘에는 창의적인 요리를 파는 하이엔드 레스토랑을 일컫는다. 최고급 코스 요리 ‘오트 퀴진(Haute cuisine)’을 파는 레스토랑이다. 『미쉐린 가이드』가 별을 부여한 레스토랑이면 가스트로노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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