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현 경제학 교육은 중세 가톨릭 신학…교육 아닌 세뇌"

2025-07-25

“지금의 경제학은 중세 유럽의 가톨릭 신학과 같다. 자신들만이 유일한 진리를 안다고 주장하는 성직자들이 엄격한 교리를 고수하고 이견을 배척한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가 신고전파 경제학에 기반한 현행 교육 체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전면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효율적 시장을 전제로 수학적 기법에 의존하는 등 기존 경제학 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져있으며 정치, 사회, 생태 등 다양한 맥락을 반영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이날 24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칼럼을 기고했다.

장 교수는 칼럼 도입부에서 “최근 한 단체가 실시한 경제학 커리큘럼 점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며 “영국 대학의 75%는 생태경제학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으며 기후 등은 경제학 교육에서 배제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래의 경제학자들을 실패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이어 “대학 교육과정에서 신고전파가 지배적인 결과 우리에게 대안 세계는 없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체제를 약간 조정하는 것 뿐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는 허구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획일적인 가르침은 교육보다 세뇌에 가깝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장 교수는 경제학 교육이 단일 이론에 매몰돼선 안 되며 다양한 사조를 융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원적 접근이 현실에 더 적합한 해법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경제학은 마르크스주의, 케인스주의, 오스트리아학파 등이 공존하는 다원적인 학문이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다양성은 사라졌고 신고전파 경제학은 사상의 ‘아에로플로트’처럼 됐다”고 꼬집었다. 1980년대 당시 소련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에서 채식 메뉴를 요청한 승객이 “여긴 사회주의 항공사라 특별 대우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일화를 들며 현재 경제학 교육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비유다.

장 교수는 “오늘날의 복합적인 과제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해법을 요구한다”며 “시장 효율성이라는 낡은 주제만 반복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정치·사회·심리 등 다양한 시각에서 경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며 “경제학 교육의 개혁은 단지 학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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