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양화 도입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다

2025-08-18

 1925년 전주고보(전주고)에 일본인 화가 삼린평(모리린빼이)이 부임하면서 전북 최초의 서양화 교육이 시작됐다. 이후 1928년 전주여고보(전주여고), 1937년 전주사범학교에서도 체계적인 교육에 나섬으로써 서예나 문인화 위주였던 전북지역에도 서양화가 정착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전북문화관광재단과 미술관 솔이 공동 주관하는 ‘살롱 드 완산, 1925년 첫 시작 전북 서양화’ 전시가 내달 14일까지 미술관 솔에서 열린다. 서양화 교육이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1세대 서양화가인 금릉 김영창에서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북 서양화의 변천사를 확인하는 자리다.

 선정 기준은 전북 출신이거나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한 작고 작가들의 작품이다. 대표 작품으로는 진환(1913-1951)의 ‘구두’를 들 수 있다. 진환은 고창 출신으로, 일본유학시절 이중섭, 최재덕, 이쾌대 등의 유학생들을 모아 신미술사협회를 결성해 활동하다 1943년 귀국했다. 1948년 홍익대학교 교수로 취임했으나 1951년 1·4 후퇴 중 사망해 그의 유작은 현재 20여점 내외로 추정되고 있어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전시에 출품된 ‘구두’는 1932년 작으로, 그가 1934년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 직전 작품으로 보인다.

 임직순(1921-1996)은 충북 괴산 출생으로 조선대 교수를 역임했다. 전북과는 연이 없을 것 같은 그에게는 벗이자 후원자인 15대 이리(익산) 시장을 지낸 염동찬 씨가 있었다. 그는 임직순이 전주와 익산에서 전시를 열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꽃과 여인’ 시리즈로 유명한 임직순이 남자인 염동찬의 초상화를 직접 그렸다는 것과 1976년 익산에서 바다풍경을 제작하던 중 과로로 쓰려졌다는 기록에서 전북과의 인연이 상당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부산 출신의 김진석(1946-2004)은 국전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1984년부터 전북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모노크롬(단색화) 회화를 제작하며 지역미술계에 영향력을 끼쳤다.

 이 외에도 오지호, 김영창, 김용봉, 정석용, 하반영, 문윤모, 이항성, 천칠봉, 류경채, 권영술, 배동신, 이복수, 추광신, 고화흠, 김현철, 한소희, 전병하, 이의주, 박남재, 소병호, 진양욱, 김세영, 홍순무, 박철교, 임상진, 윤명로, 이춘자, 박장년, 장완, 박민평, 문복철, 이건용, 강옥철, 조래장, 김춘식, 유휴열, 김치현, 김용관, 소훈, 박혜련, 김홍, 윤학철 (생년순) 등 총 45인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 중에는 개인 소장품으로 보관돼 있다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여럿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술관 솔 서보훈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전북지역 서양미술이 가지는 예술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예술적 영감과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자 한다”면서 “실경을 그린 작품들은 그 당시 지리적 상황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자료로서도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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