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이자 철학, 언어학자로 학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한태동 연세대 신학과 명예교수가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유족이 17일 밝혔다. 101세.

1924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7년 상하이 성요한대 의과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민스터 신학교를 1951년 졸업했다. 이어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신학으로 석사학위, 같은 대학에서 교회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57년 귀국해 연세대 신학대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연세대 신과대학장, 전국신학대학협의회 회장, 연세대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신학 뿐 아니라 동서양 철학, 갑골문자, 음성학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해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1998년에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음성학으로 분석한 저서 『세종대의 음성학』을 펴냈다. 이 연구로 국어학자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을 기리는 외솔상(2002년)을 받았고, 용재 백낙준(1895∼1985) 박사를 기리는 용재학술상을 2008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사유의 흐름』(2005), 『성서로 본 신학』(2005) 등의 저서를 남겼다.
부친은 고(故) 한진교(1887∼1973) 독립운동가로, 중국 상하이에 해송양행을 설립해 얻은 수익을 독립운동에 지원했다. 고인은 2015년 "물려받은 재산이니 내 것도 아니오. 독립운동을 하신 선친 덕분에 저는 공부할 수 있었고, 어려움 없이 자랐습니다. 그거 다 아버지거요"라며 연세대 부지와 맞닿아있는 454㎡의 대지를 학교에 내놓았다. 또 세브란스병원 건축기금 2000만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발전기금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유족으로 2남1녀(한광일·한광호·한수영)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장례 예배는 18일 오전 11시30분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린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