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에 지속적으로 성폭력
뒤늦게 알아차린 친모는 생 마감
의붓아버지에게 13년 동안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피해자인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의붓딸인 A씨를 장기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 B씨에게 징역 23년형의 형사 판결과 3억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감정 기복이 심한 어머니의 정서적 지지 없이 성장하던 중 의붓아버지 B씨에게 심리적으로 종속돼 항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됐다.
B씨는 A씨가 만 12세이던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3년 동안 모두 2092회에 걸쳐 준강간과 강제추행, 유사성행위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 차린 A씨의 어머니는 충격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는 범행 사실을 고소했고 B씨는 구속됐다. 피해자는 형사절차에서는 공단 소속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지원을 받았다. 그 결과 B씨에게 징역 23년형이 선고됐다. 이후 공단은 민사 손해배상 소송까지 지원해 피해자의 권리회복에 나섰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위자료 액수였다. 통상 교통사고 사망 피해자의 위자료가 1억원 수준인 관행에 비춰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도 1억원 이하로 인정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사건의 중대성과 장기적인 피해 상황을 근거로 고액 위자료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단은 “B씨의 반복적이고 잔혹한 범행은 A씨의 신체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불법행위로 A씨와 그의 어머니는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A씨는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범행의 경위와 피해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대해 B씨는 항소하지 않아 지난 17일 위자료가 확정됐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지식 변호사는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를 주며 영미법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인정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므로 우리 법원도 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 및 예방과 제재의 관점에서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성폭력 피해자의 위자료 인정에 있어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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