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 협상서 '힌트' 숨겼다…'죄수의 딜레마' 빠진 韓

2025-04-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전략이 드러났다.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안에 주요국들과 협상을 끝내겠다는 것은 사실상 협상 당사국 간의 공동 대응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한 채 진행하는 ‘각개격파’인 셈이다.

한국은 다음주 미국과 협상한다. 일본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주요국들과 함께 관세 폭탄과 안보 비용 청구서를 모두 제시받는 등 비슷한 처지다. 하지만 이들과 연합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매’ 맞은 일본…한국 참고할 ‘힌트’ 숨겼다

16일(현지시간)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이끄는 일본측과의 협상이 끝난 뒤 미국은 백악관은 물론 협상에 참여한 장관 또는 각 부처 대변인 차원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알려진 내용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75분 협상을 했고, 협상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50분간 면담했다는 것 정도다. 이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면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무역 관련 일본 대표단을 방금 만나 큰 영광이었다. 큰 진전!”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전인 이날 오전엔 “일본이 오늘 관세, 군사지원 비용, 그리고 무역의 공정성에 대해 협상하러 온다. 재무·상무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리며 일본을 패닉에 빠뜨렸다.

일본은 당초 이날 협상이 양측의 이견을 확인하고 협상의 범위를 좁히는 의미의 ‘킥오프(kick off)’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방문단에 방위성 관계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단이 미국을 떠난 이후 돌연 ‘군사지원 비용’을 의제로 올렸고, 협상장에도 직접 나오겠다고 하면서 일본은 16일 밤 부랴부랴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트럼프, 일본에도 ‘원스톱 쇼핑’ 패키지 올린 듯

대략적인 협상 내용도 일본에서만 공개됐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협상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미·일 양국이 되도록 조기에 합의하고, 양국 정상이 결과를 발표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 중 다음 협의의 일정을 조율하고, 장관급뿐 아니라 실무 레벨의 협의도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상호관세 유예 기간인 90일 이내에 거래(관세 협상)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일본)도 조기에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교섭의 향후 진전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보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함구했다.

이후 교도통신은 “미국측이 일본의 방위비 부담 확대를 언급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방위성 관계자 없이 협상에 임한 일본으로선 ‘허’를 찔린 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에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선물했다. 동맹국과의 협상에서도 오로지 미국인만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도발적 통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의 ‘이간질’ 전략…“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다음주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해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이날 미·일 협상의 결과가 사실상 공개되지 않으면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과거엔 유사한 상황에 처한 국가들끼리 개별 협상에 앞서 ‘최소한의 마지노선’ 정도는 미리 공유했지만, 이번엔 아무런 사전 소통이 없다”며 “심지어 이날 협상이 언제 시작되고 끝났는지에 대한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게 ‘먼저 협상하는 게 유리하다’고 계속 압박하면서 당사국들은 모두 경쟁국보다 단 1%라도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며 “비유하자면 나만 살려고 모두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죄수의 딜레마’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트럼프가 당사국들을 재촉하며 극단적인 이간질 이후 각개격파 형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면서 공동전선 형성 자체가 불가능해 졌다”고 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일본, 유럽, 캐나다 등과 반미 스크럼을 짰다가 우리만 ‘의리’를 지키려다 트럼프에게 찍히는 경우를 상상해보라”며 “지금은 한국뿐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참전’은 위험에 빠졌다는 시그널”

다만 한국 등 우방국에게 조속한 결론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며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A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의 첫 협상에 참석한 것에 대해 “관세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트럼프가 협상장에 나타난 것은 미국인들에게 신속한 합의에 도달하겠다고 장담했지만, 현재의 상황을 큰 위험으로 인식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기록적인 주가 하락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우려에 빠져 있다. 특히 쉽게 굴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은 이날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싸움을 원치 않지만, 싸움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결사항전의 뜻을 재차 밝혔다.

관세 논란이 지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취임 직후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취임 80여일만에 기록한 42%의 지지율은 트럼프 1기 때보다 하락세가 더 가파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일 비난을 가하는 버락 오마바,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취임 후 100일 이전까지는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가 역전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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