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대 간다"는 의대생 2074명…의정갈등 전보다 10배 급증

2025-04-14

수도권 소재 한 의대에 다니는 20대 의대생 A씨는 오는 5월 현역병으로 입영하기 위해 휴학계를 냈다. A씨는 "1년 반이면 군대에 다녀오는데, 그때쯤이면 의·정 갈등도 끝나있지 않겠나는 생각에 지금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올해 1학기 군 입영을 위해 휴학한 의대생이 전국에서 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생들의 군 휴학이 대거 늘면서 향후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3~2025학년도 의과대학 군 휴학 현황'에 따르면 올해 1학기 군 복무를 이유로 휴학한 의대생은 전국 40개 의대에서 총 20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남자 의대생(예과 1학년~본과 4학년) 추산치인 약 1만2000명의 17% 수준이다.

군 휴학을 선택한 의대생은 2023년 1학기와 2학기는 각각 208명, 210명으로 200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의정 갈등이 본격화한 지난해 1학기 602명으로 상승했고, 그해 2학기 1147명으로 뛰었다. 의정 갈등 발발 전인 2023년 1학기(208명)와 올해 1학기(2074명)를 비교하면 군 휴학 의대생이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다 군 휴학으로 선회한 이들이다. 상당수 의대가 집단 휴학을 막기 위해 3학기 연속 일반휴학을 허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는데, 군 휴학은 특별휴학 사유로 인정된다.

올해 각 의대가 미등록 학생에게 제적 조치를 예고하자 군 입영을 통해 학적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한 의대생은 "제적을 피하려고 입영을 결정한 동기가 많다"고 전했다. 올해 전국 40개 의대 중 3곳은 군 휴학생이 100명을 넘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11월 군 미필 전공의 3000여 명을 입영 대기자로 분류하고 순차적으로 입영시킨다고 밝힌 것도 의대생들의 현역병 입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의 현역 입영이 급증한 또 다른 이유로 군의관·공보의의 긴 복무 기간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의대생은 졸업한 뒤 의무사관 후보생이 돼 군의관 또는 공보의로 입영하는데, 이들의 복무 기간(36개월)은 육군 현역병(18개월)의 2배다. 한 공보의는 "현역병 급여가 오르면서 공보의·군의관과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의대생 사이에서 공보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신규 배치된 의과 공보의 수는 2020년 742명에서 지난해 255명으로 4년 사이 500명 가까이 줄었다.

공보의는 주로 도서벽지에 배치돼 민간 의사들의 빈자리를 메운다. 그런데 의정 갈등과 공보의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보건의료 취약지의 의료 공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공보의의 긴 복무 기간 때문에 의대생 사이에선 예과를 마친 뒤 군대에 가는 게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방부에 (복무 기간 단축)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국방부와 지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명옥 의원은 "군 의료자원 부족은 국가의 안보가 걸린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보의‧군의관 수급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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