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던 LG생활건강의 신규 화장품 브랜드 ‘ISA KNOX LXNEW BARE’(이자녹스 엘엑스뉴 베어)가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브라질의 글로벌 화장품 기업 나투라(Natura & Co)의 자회사 Avon NA IP LLC(이하 Avon NA IP)가 브랜드 상표 출원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적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LG생활건강은 자신들이 인수한 북미 Avon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를 출시했지만, Avon 브랜드 원소유주와 충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 브랜드명 유사성 두고 갈등 촉발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21년 7월 22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신규 브랜드 ‘ISA KNOX LXNEW BARE’를 출원했다. 이 상표는 심사를 거쳐 2023년 11월 7일 공식 공고됐지만, 지난해 3월 6일 Avon NA IP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등록 절차가 중단됐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4월 초 공식 답변서를 제출하며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Avon NA IP는 LG생활건강이 출원한 ‘LXNEW’ 브랜드가 자신들의 대표 스킨케어 브랜드인 ‘ANEW’와 지나치게 비슷해 소비자 혼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신규 브랜드명이 기존 브랜드 ‘ANEW’의 철자에 단지 ‘LX’라는 글자만 추가한 형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이 두 브랜드를 시각적으로나 발음상 구별하기 어려워 같은 브랜드나 제품군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 LG생활건강 “소비자 혼동 가능성 거의 없다” 반박
반면 LG생활건강은 브랜드 간 혼동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맞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4월 USPTO에 제출한 공식 입장에서 “신규 브랜드는 항상 자사의 기존 브랜드인 ‘이자녹스(ISA KNOX)’와 함께 표기되므로 철자와 의미, 시각적으로도 ANEW와 명확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현재 법적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USPTO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양측의 요청으로 총 6차례에 걸쳐 심리 절차가 연기됐다. 이는 양사가 물밑에서 협상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복잡한 Avon 브랜드의 분리 구조가 배경
이번 분쟁은 Avon 브랜드의 복잡한 소유 구조에서 비롯됐다. 원래 Avon은 미국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방문판매 방식으로 화장품을 공급하던 회사였다. 그러나 2019년을 전후해 북미 사업과 글로벌 사업이 분리됐다. 당시 북미 사업을 맡은 ‘New Avon LLC’를 LG생활건강이 2019년 8월 인수하면서 북미 Avon 사업 운영권을 확보했다.
현재 북미 Avon 사업은 LG생활건강의 미국 자회사 LG H&H USA가 ‘The Avon Company’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반면 글로벌 Avon 브랜드 소유권은 2020년 Avon Products를 인수한 나투라가 보유하고 있으며, 자회사 Avon NA IP가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한다. 결국 Avon 브랜드는 북미 지역은 LG생활건강이, 그 외 지역은 나투라가 관리하는 구조로 나뉘었다.
LG생활건강은 북미 Avon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 ‘이자녹스’와 기존 Avon 제품군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북미 Avon 카탈로그에는 ‘Isa Knox Anew LX 얼티밋 크림’, ‘Isa Knox Anew 클리니컬 세럼’ 등 두 브랜드를 결합한 제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는 LG생활건강의 브랜드 경쟁력과 Avon의 기존 고객층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신규 브랜드 출원으로 문제가 불거졌다. 기존 브랜드명인 ‘ANEW’를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유사한 명칭을 도입하자, Avon NA IP 측이 기존 브랜드 자산을 우회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 ‘상표 사용 제한’ 계약이 갈등 불씨로 작용
이번 갈등은 LG생활건강이 북미 Avon 사업 인수 당시 맺은 계약 조건과도 연결된다. 브랜드를 분리 매각할 때는 일반적으로 기존 브랜드와 유사한 신규 브랜드 출원을 제한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는 기존 브랜드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원 브랜드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LG생활건강과 나투라 간에도 이러한 ‘상표 사용 제한’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기존 브랜드와 혼동될 가능성이 있는 신규 브랜드 출원을 제한한다. 나투라는 LG생활건강의 신규 브랜드 출원이 이 계약 조항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본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북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분쟁은 M&A 과정에서 브랜드의 소유권과 사용권이 분리될 때 생길 수 있는 현실적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자회사인 The Avon Company가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상표권에 대해 Avon Products Inc.가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라며 “자회사가 실제로 해당 상표를 사용할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조만간 협상을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