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모기업 또 일냈다, 美 생활 앱 다운로드 1위 ‘레몬8’

2024-10-21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字節跳動, ByteDance)가 미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국 앱스토어 생활 앱 부문 순위에서 바이트댄스 산하 앱 레몬8(Lemon8)이 1년 만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앱피겨(Appfigures)에 따르면, 2024년 레몬8의 글로벌 다운로드 건수는 약 1600만 회에 달하며, 그중 절반이 미국 시장에서 다운로드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레몬8이 바이트댄스의 자금력과 틱톡(TikTok)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단기간 내 미국 시장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한다.

노란색 샤오훙수, 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

레몬8’이라는 이름은 레모네이드(Lemonade)의 발음에서 비롯됐다.

상큼한 레몬즙처럼 사용자에게 신선함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작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3월 처음 론칭할 때의 이름은 Sharee였지만, 2021년 9월 레몬8로 플랫폼 명을 바꿨다.

글로벌 시장에서 레몬8은 미국의 이미지 기반 SNS 핀터레스트(Pinterest)와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합한 버전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중국 국내 사용자들이 볼 때, 레몬8은 제품 추천, 일상 관심사 공유 등 측면에서 샤오훙수(小紅書)와 매우 흡사하다. ‘바이트댄스판 샤오훙수’ 혹은 ‘해외판 샤오훙수’라 불리는 이유다. 샤오훙수의 상징색이 빨간색(紅)이고 레몬8의 상징색이 노란색(黄)인 것을 고려해, ‘샤오황수(小黃書)’라는 별칭도 생겨났다.

중국 매체 타이메이티(鈦媒體)는 통계를 인용해 레몬8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레몬8 주 사용자 집단의 연령대는 25~34세로 전체의 27.48%를 차지한다. 샤오훙수 사용자의 70%가 여성인 것과는 달리, 레몬8은 남녀 비율이 비슷하며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광고, 틱톡 등에 업고 미국 1위 탈환

레몬8은 미국 상륙에 앞서 지난 2020년 일본 시장을 첫 번째 해외 진출지로 택했다. 이후 2022년 3월 일본 시장 누적 다운로드 건수 100만 회를 돌파했다. 동시에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도 차례로 진출하며 빠르게 세를 불렸다.

2023년, 아시아 시장에서 테스트를 마친 레몬8은 마침내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첫 시작은 순조로웠다. 유튜브(YouTube), 왓츠앱(WhatsApp), 페이스북(Facebook) 등을 제치고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건수 TOP 10에 올랐다. 한때 일일 다운로드 건수가 최고 7만 4000회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후 일일 다운로드 건수가 1만 회 정도로 크게 줄어들면서 순위가 하락했다. 이렇게 ‘반짝 스타’로 사라지는 듯했던 레몬 8은 최근 미국 생활 앱 순위 1위를 탈환하며 부활을 알렸다. 앱스토어 전체 앱 순위에서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레몬8이 미국 시장에서 봄날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대대적인 광고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레몬8은 해외 시장 광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월평균 1만 건 이상의 광고를 뿌렸고, 8월에는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을 투입했다.

모기업 바이트댄스 산하 틱톡의 힘도 간과할 수 없다. 틱톡의 유명 인플루언서를 레몬8로 유입시킴으로써 빠르게 인지도와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사용자들이 레몬8에서 만든 콘텐트를 클릭 한 번에 틱톡에 올릴 수 있다는 것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두 플랫폼을 동시에 운영하기가 용이해서다.

현재 레몬8의 미국 시장 공략법은 일본 진출 초기의 방법과 유사하다. 대규모 광고로 제품을 노출시켜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방식이다. 그밖에 바이트댄스는 레몬8의 신규 크리에이터들에게 대대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신규 크리에이터가 레몬8 플랫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목적이다.

히트 상품 제조기 바이트댄스, AI 챗봇도 출시

레몬8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난 2023년 3월, 틱톡의 CEO 츄 쇼우즈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장장 5시간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틱톡이 사용자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긴다는 의혹을 받으며 미국 시장 퇴출설까지 나오는 시점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미국 시장에 상륙한 레몬8은 ‘청문회 효과’에 힘입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바이트댄스는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위기에 휩싸여 있지만, 레몬8이라는 새로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며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고 중국 매체 터우쯔제(投資界)는 보도했다.

지난 2012년 설립 이후, 바이트댄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앱을 선보였다. 뉴스 추천앱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와 틱톡이라는 양대 앱 외에도, 동영상 플랫폼 시과스핀(西瓜視頻), 커뮤니티 앱 피피샤(皮皮蝦), 자동차 정보 플랫폼 둥처디(懂車帝), 원격 근무 플랫폼 페이수(飛書), 헬스케어 앱 샤오허젠캉(小荷健康), 사진 앱 Faceu지멍(Faceu激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양각색의 앱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더우바오(豆包)라는 AI 챗봇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는 자사 앱이 일단 중국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해외판(버전)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수순을 밟는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레이트포스트(晚點LatePost)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바이트댄스는 대량의 앱을 자체 개발하고 인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 기간 앱스토어에 출시한 앱만 약 140개로, 회사 설립 후 출시한 앱의 70%에 달한다. 바이트댄스의 최대 히트 상품 틱톡도 앞서 2017년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한편, 레몬8은 ‘샤오황수’라고 불리는 만큼 향후 ‘샤오훙수’와의 경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판 인스타’라 불리는 샤오훙수는 SNS와 커머스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현지 시장에 소셜커머스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특히 사용자의 ‘제품 추천(種草)’에 기반한 영향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분야 중국 일인자 샤오훙수와 해외 시장에서 먼저 승기를 잡은 레몬8이 중국 안팎에서 일전을 벌일 날이 머지않았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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