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가이낙스, 42년 만에 완전 소멸... 안노 히데아키 “구 경영진 기만, 분노 넘어 비통”

2025-12-11

'신세기 에반게리온', '천원돌파 그렌라간',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등을 제작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 게임·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GAINAX)가 설립 4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가이낙스는 지난 10일본 관보 게재를 통해 파산 정리가 완료돼 법인으로서 완전히 소멸했다. 이에 가이낙스의 창립 멤버이자 현재 스튜디오 카라의 대표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성명을 내고 가이낙스의 마지막과 구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안노 감독은 성명서에서 “창설기부터 20년 이상 적을 두었고 주주로서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유감스러운 최후지만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가이낙스는 '톱을 노려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 히트작을 연이어 냈으나 2000년대 이후 주요 크리에이터들이 스튜디오 카라, 트리거 등으로 독립하며 사세가 기울었다. 결정타는 2019년 당시 마키 토모히로 대표가 준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었다. 이후 가이낙스는 막대한 부채와 경영 난맥상 속에 2024년 5월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안노 감독은 이번 성명을 통해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라고 생각했던 야마가 히로유키 전 사장, 다케다 야스히로 등이 카라와 나에게 행한 허위 대응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며 “야마가 전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신이 입원 중이라며 거짓말을 시키거나,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카라를 적대시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꼈다”며 “그들과는 이제 예전과 같은 관계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튜디오 카라는 가이낙스의 경영 위기 당시 긴급 융자를 실행하며 회생을 도왔으나, 구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과 자금 유용 등으로 인해 결국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3년 1월 화해가 성립된 바 있다.

다행히 가이낙스가 보유했던 주요 작품의 권리(IP)와 제작 자료는 흩어지지 않고 원작자와 관련 제작사로 양도됐다. 안노 감독은 “관련 각사의 협력 덕분에 작품의 권리 처리와 자료 양도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각 권리자와 크리에이터에게 무사히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팬티 & 스타킹 with 가터벨트' 등의 지식재산(IP)은 트리거 등 새로운 주인을 찾아 명맥을 잇게 되었다.

안노 감독은 성명 말미에 “많은 책무와 채권자를 방치하고 도망친 구 경영진과 달리 마지막까지 자료의 산일(散逸·흩어져 일부가 빠져 없어짐)을 막고 채권자를 진지하게 대하며 회사의 임종을 지켜본 가이낙스의 마지막 대표, 카미무라 야스히로 사장에게 감사한다”며 대학 친구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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