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190〉자율제조로 설계하는 제조업의 미래

2024-09-25

인구 고령화와 제조업의 노동 인력 감소,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파급력이 큰 신기술의 등장,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시장 요구의 다변화는 우리 제조업에 큰 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제조 현장 숙련 작업자의 고령화와 더불어 젊은 인재들이 제조업보다는 다른 직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의 성장엔진인 제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제조는 제조 현장을 새롭게 설계하여 제조업 경쟁력을 도약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은 자동화나 로봇으로 대체하고, 인간은 창의적인 활동을 지향하는 미래 제조업의 핵심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제조란 제조 환경에서 인간 개입의 최소화를 목표로 장비와 공정 그리고 공장 전체가 자동화에서부터 자율화로 진행되는 제조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율제조의 초기 단계인 자동화 단계에서는 사람이 설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기계나 장비가 작동하지만, 지능화 단계에서는 시나리오 없이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여 적절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동화의 자동화'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 자율제조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되고 있는데, 특히 자동차, 전자, 화학 등 대규모 제조업 분야에서 자율제조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어, 실질적인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난제와 초기 도입 비용의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자율제조로의 접근이 쉽지 않아 자율제조의 진가가 드러나게 되는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극대화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제조업 전반의 자율제조 실현을 위해서는 자율제조를 위한 기술, 추진 주체, 적용 산업과 지역까지 고려한 입체적인 관점에서의 추진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과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기술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봇 기반의 자동화는 단기적으로 도입이 가능하지만, 자율 생산 시스템은 중장기적으로 AI와 빅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과 함께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며, 각 기술의 도입 시점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제조의 추진 주체인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 공정의 자율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특정 공정의 자동화부터 시작해야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각 기업들의 현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가장 적합하고, 또한 차별화된 추진 전략이 필요하다.

자율제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는 지역 특화 산업과의 연계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이 전자 산업에 특화되어 있다면 그 지역의 생산 공정에 맞춘 자율제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 구조를 고려하여 자율제조 시스템을 맞춤형으로 적용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도입과 확산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율제조가 실현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자율제조가 실현되기 어렵기에 정부, 연구소, 기업 간의 협력 체계가 가동되어야한다. 또한 각 산업별 제조기술, 자율제조 특화 기술, 그리고 AI, IoT, 센서 등 공통 기반 기술들이 자율제조라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함께 융화되어야만 한다. 영화 한산에서 전투를 앞둔 이순신 장군이 비장하게 포진한 학익진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대장선을 중심으로 장수들의 용맹과 지략에 따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배치하여 큰 승리로 이끌었으며, 그 배경에는 조선 수군의 국가를 향한 드높은 충정과 적군보다 우수한 전략무기인 거북선과 판옥선, 화포가 있었다.

자율제조의 실현은 한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인구 고령화, 제조업 기피 현상, 급격한 기술 발전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할 때, 자율제조는 선택이 아니라 제조업이 걸어 가야만 할 필수적인 방향일 수 있다. 그간 숨가쁘게 달려온 기술 발전 속에 배재되었을 지도 모를 인간의 가치가 존중될 수 있는 제조 환경을 가능하게 하고, 미래 제조업의 선도국가로 우뚝 서게 할 한국의 자율제조 시대가 정부와 민간, 연구 기관의 협력을 통해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김민선 한양대 HYU-KITECH 공동학과 학연교수·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인간중심생산기술연구소장 kimms6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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