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원전 시장 잡아라”…미국은 초스피드 개발, 한국은 아직도 탈원전 덫

2025-02-18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SMR 인기 이유는 ‘가성비’

투자비용 대비 생산량 많아

5년내 시장 본격화 전망

美, 기술 개발·용지선정 병행

캐나다, 2029년 첫 SMR 완공

英, 전담기관 세워 전폭 지원

韓 SMR 건설 계획은 1곳뿐

그마저도 여야 공방에 지연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낮은 투자 비용과 짧은 시공 시간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가성비’ 때문이다. 설비 규모가 작고, 부품을 모듈형으로 설계해 대도시 인근에도 지을 수 있는 지리적 유연성도 한몫하고 있다. 냉각재 소실로 인한 문제가 원천 배제되고 대기압 운전 등 높은 안정성도 강점이다.

이 같은 가성비, 유연성, 안정성 때문에 향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컴퓨팅 설비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수요를 맞출 최고의 대안으로 SMR이 떠올랐다. 한마디로 SMR이 미래 전력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상한 것이다.

앞으로 속속 폐쇄될 노후 석탄발전소를 SMR로 전환할 경우 최대 33%까지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에 대응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차세대 원전 기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다.

1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0여 종의 소형원자로가 개발 중이고 2030년께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20종, 러시아 17종, 중국 9종, 일본 6종 등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SMR 개발에 나선 상태다.

미국은 테라파워와 엑스에너지 등 대표 SMR 기업들이 와이오밍주 화력발전소 인근 용지에 345㎿(메가와트) 용량의 SMR을 건설 중이다. 멕시코만 화공단지에도 2029년 완공 목표로 4기의 SMR을 건설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SMR 등 새로운 원자로를 승인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원전 강국 캐나다는 2018년 11월 ‘SMR 로드맵’을 마련하고 별도의 ‘국가행동계획’을 통해 SMR 개발과 배치를 지원하고 있다.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노형의 대표 개발사인 캐나다 ARC사는 2023년 6월 기존 원전 용지인 뉴브런즈윅주의 포인트 레프루에 SMR 건설을 위한 인허가 신청을 마쳤고, 2029년 캐나다 최초의 SMR이 완공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2023년 SMR 개발 전담기구인 ‘대영원자력(Great British Nuclear)’을 출범시키고 자국 내 용지에 건설될 SMR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의회 내에서 양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초당적 원자력 그룹’을 만들고, 신규 원전 용지 확보와 원자력 건설 등 정부의 SMR 지원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비교적 원전 후발 주자인 스웨덴 역시 원전 확충계획을 세운 뒤, 스웨덴 남동부 지역에서 용지 사전조사를 마치고 SMR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체코도 영국 롤스로이스사를 SMR 사업 파트너로 선정하고, 자국 기업이 이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반면 원전 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은 에너지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고, SMR 도입 계획을 처음 공식화했다. 2035년까지 SMR 1기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겼지만 건설 후보지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더구나 원전 축소를 주장하는 야당이 전기본 국회보고를 거부하면서 건설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10월까지 ‘차세대 원자력 확보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해를 넘겼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24년 말까지 ‘2050 원전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발표 계획이 중단됐다.

정부가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미국의 ARDP(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를 벤치마킹해 ‘K-ARDP’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향후 원전이 감당할 전력 공급량의 절반 정도는 SMR을 통해 공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며 “SMR은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기술현상이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규제 정비 등을 통해 과감한 지원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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