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금조달 초대형 IB, 모험자본 공급은 외면

2025-06-19

올해 1분기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지만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단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경우 모험자본 공급을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투자 수익성과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심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형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미래에셋·KB·NH투자 등 4개 증권사는 올해 1분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벤처·스타트업에 주식·채권·펀드 등의 방식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에 2341억 원, 중견기업에 1992억 원, 중소기업에 6546억 원을 공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은 △대기업 9604억 원 △중견기업 1500억 원 △중소기업 400억 원을 투자했다. KB증권(△대기업 4조 2802억 원 △중견기업 1475억 원 △중소기업 100억 원)과 NH투자증권(△대기업 1조 4397억 원 △중견 600억 원 △중소기업 300억 원)은 대기업에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처럼 초대형 IB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투자 수익성이 꼽힌다. 발행어음 상품을 구매한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높은 벤처·스타트업에 섣불리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모험자본 공급에 특화된 벤처캐피털(VC) 대비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 또한 증권사들이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모험자본 자체가 리스크 헤지가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또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추구하는 VC들과 달리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지지부진했던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비상장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경우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상장인 만큼 IPO 시장 둔화가 직격탄이 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증시가 부진하면서 IPO 시장까지 타격을 받았다”며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적당한 기업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짚었다.

반면 정부가 증권가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 확대를 주문한 만큼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일부 증권사는 손실 위험에도 불구하고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올해 1분기 벤처·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각각 1270억 원, 9901억 원을 공급했다. 키움증권은 중소기업에 184억 원 및 벤처·스타트업에 136억 원을,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999억 원, 107억 원을 투입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중소기업에 100억 원을 투자했지만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없었다. 다만 이들 증권사 역시 대·중견기업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대기업에 각각 1조 5950억 원, 1조 1333억 원 상당의 자금을 공급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IB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향후 종투사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기업금융 활성화 등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같은 부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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